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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렌즈 Aug 20. 2022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2015년 책 읽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문장에 밑줄 그으면서 손뼉 치며 기뻐했다. 책을 덮고 나서 어떤 부분이 맘에 들었는지?물어보면 답이없다. 이러면 읽은 건가? 읽지 않았다는 건가?  울고 웃으면서 읽었는데 그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그러던 중 같은 어린이집 다니는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부모의 독서습관 8주 프로그램을 신청했어"


바로 당일날 신청했다. 강의실 문을 열고 가운데 맨 앞자리에 앉았다. 강사님은 수업 끝나고 참여 소감을 물어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머릿속이 아무생각이없다.'수업을 잘 듣기 위해서 강사님 침을 맞으면서 노트에 밑줄, 형광색 펜으로 받아 적었는데 내 언어로 말하는 게 어려웠다. 물론 이런 수업을 처음 접하고 안 해봤으니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던 중 맨 뒷자리에  파마 잘 말려진 엄마가 일어났다. 딱 보아도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강사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손을 뻔쩍 들더니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엄마는 자기 언어로 수업 듣기 전후 정리해서 말했다. 듣는 내내 빛나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나에게는 없는 모습이라서 부러웠다. 닮고 싶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  열불이 났다. 떠오르는 태양도 보기 싫었다. 지금까지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다는 게 화가 나면서 미안했다.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수업 강사님께 편지를 쓰기로 약속했다. 고백하자면 난 이런 사람이다. 소극적여서 앞에 나서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중에서 손을 번쩍 드는 걸 싫어한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나서 달라지기로 했다. 앞으로  내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수업 첫날 손을 번쩍 들어서 자기 언어로 말하는 그 엄마의 모습이 맴돌았다. 꽤 충격적이었다. 부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닮아보기로 하고 강사님께 편지 쓰기로 나와 약속한 것이다. 8주 수업이 끝났다.

"하고싶은 말있으신 분 손들어주세요"강사님이 말했다.


 강의실 문을 열고 의자에 앉을 때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내적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냥 있어 망신당하지 말고'

'나와 약속이야 꼭 지킬거야' 중 손을 번쩍 들었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모아졌다. 이런 시선이 두려워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주머니에서 떨리는 손으로 2장에 편지를 꺼냈다.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열불이 났다는 부분에서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기분이 좋았다. 어떻게 읽고 마무리했는지 모르겠다. 편지를 읽고 나서 강사님이 나를 바라보시면서 오히려  나에게 더 감사하다고 말하셨다. 그러면서 아이 러브 시민기사를 도전해보세요. 글재주가 있다는 말 했다. 듣고  한참 멍 때렸다. 글쓰는 삶을 한 번도 생각 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재능 있으니 도전해 바라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강사님의 말이 감사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나의 모습 찾아주고 발견해주셔서 감사했다. 강사님의 말을 믿었다. 아님 진심으로 믿고 싶었다. 글쓰기 시작하기 전 고민했다. 작가는 지식이 높은 사람이나 글 잘 쓰는 사람 , 성공한 사람만 글 써야 하는 건가?

© klickblick, 출처 Pixabay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나도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내역사를 내가 기록하고 쓰고 정리하는 것 자체만으로 괜찮다.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 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용기를 내서 꾸준히 글쓰기 했다. 계속해서 글을 쓰다보니 나에게 제일 도움이 많이 되었다. 글 쓰는 행위 자체 만으로 내 안에 사람이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몇 년 전 기록한 글 보는 그 자체만으로 조금 더 성장된 나를 발견하는 기쁨의  선물이었다. 지금도 글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내 소중한 시간을 글로 담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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