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자리 앉아계시는 곱슬머리 남자 주임님이 물어본다. 머릿속이 하얗다. 생각주머니 손을 넣어서 더듬더듬 답을 찾아본다. 언제부터였더라? 엄마가 되고부터 였다. 그전까지 출퇴근할 때 읽기는 했지만 즐겨하지는 않았다.
"육아하면서요. 외로웠어요. 친구을 만날 수 없고 책이 위로해주었어요."
웃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책 읽는 이유가 외로움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엄마되고 행복했다.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 아이를 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그러다가 아기가 잠들면 거실에 나와 의자에 앉아있으면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꼈다. 알수없는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전환이되고 좋았지만 날이 갈수록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친구들의 시간을 뺏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팟캐스트 '나는 엄마다'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엄마들 읽으면 좋은 책, 음악, 육아, 글쓰기 소개해주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따뜻한 한줄기 빛처럼 느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 다른 엄마들도 힘들지만 함께 걸어가고 있어.' 위로가 되었다.
매일 팟캐스트와 함께 했다.시장, 산책, 집안일할 때 계속 들었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기억이 있다. 아기 옷을 화장실에 빨래를 하고 있을 때였다. 7년 전이라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몇 분 동안 펑펑 울었다. 울고 나니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이 눈물로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어린 시절 가난했고 엄마와 함께 살 수 없어 친정 할머니께 맡겨졌다. 친정 할머니는 사랑으로 키웠지만 삼촌의 폭력으로 긴장과 불안 속에 살았다. 그동안 다가가기 힘든 과거 기억 속으로 마주하며 내면 아이를 감싸 안아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부터 쌓인 감정이 치유가 된 듯하다. 그전에 내면의 가까이할 기회가 없었다. 책을 통해서 내면을 깊이 들어가고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감정을 알아가니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법도 알아가고 있다.힘든 시간책이라는 멋진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