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인테리어 공사하는 아파트

공간

by 감사렌즈


엘리베이터 왼쪽면에 에이포 용지가 붙어있다. 20년 된 아파트라서 엘리베이터 5개월 전에 교체했다. 은색에서 금색으로 바꾸니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365일 붙어있지만 날이 갈수록 뾰족한 마음이 자란다. 내용은 '인테리어 공사를 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음으로 이해하지만 머리 위에 열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종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우리 옆 옆집이다. 공사 4주 동안 한다고. 너무 한 거 아니야" 버럭 소리 질렀다.


보통 2주 정도 하던데 4주 동안 페인트 냄새와 소음을 참아야 한다고. 씩씩거리면서 1층에서 걸어가다 작은 돌멩이를 걷어찬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금수저가 부럽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 사람들 하는 소리 옆 들었다. 옆집 부모님이 집도 사주고 인테리어 공짜로 해준다는 말. 듣고 나니 부러웠다. 난 흙수저 태어나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내 집 장만은 손에 닿지 않는다. 서울 비싸서 경기도 청약도 시도하지만 아직 멀었다. 15층에서 내려다보는 밤하늘에 불 켜진 집이 셀 수 없이 많던데.. 그 많은 집에 내 집이 없다니 괜히 서글퍼진다. 엘리베이터 타니 또 에이포 용지를 찢어버리고 싶다.




15층에 멈췄다. 복도식 집이라서 공사 중인 옆집을 지나쳐야 하는데 문이 열려있다. 그냥 지나가면 되는데 궁금해서 실눈으로 문틈 사이로 본다. 여기저기 테이프로 붙여져 있고 하얀색 페인트 색을 칠하는 아저씨가 보인다.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찌른다. 손으로 코 잡고 집에 도착했다. 문틈 사이로 페인트 냄새는 들어온다. 4주만 참자 참자 했는데.. 또다시 에이포 용지가 붙었다. 공사가 3주를 더한다는 내용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 참았다. 옆집에 말해도 소용이 없다. 정해진 공사는 해야 하는 거고 참아야 한다.


4주 지난 옆집이 열어진 틈 사이 하얀색 벽지가 보인다. 잠깐 봤는데 동공이 커져서 빠져나올뻔했다. 인테리어를 바꾸니 그냥 바뀌게 아니라 확 달라졌다. 우리 집과 같은 구조다.


틀보다 안이 중요하다.

같은 구조에 집이지만 그 안에 어떤 색과 물건을 넣는지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지 느꼈다. 마음을 살펴보니 비교하는 마음으로 불평, 불만이 쌓여져 내 안에 있는 것들 발견하지 못했다. .마음을 더 들여다보니 출퇴근 시간에 만원 버스다. 만원 버스로 마음이 틈이 없었다. 비교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면 괜찮을 거라고 거라고, 행복할 거라고 했지만 반대였다.

벨을 누르고 답답한 만원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를 떠나보니 상쾌한 바람이 느껴지고 저 멀리 들판이 보인다. 그동안 채우기 바빠서 소중한 것들 놓치고 살았다는 걸 알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해서 남편에게 말했다. 대청소를 제안했다. 흔쾌히 하겠다는 남편과 함께 연휴 3일 동안 가구 위치도 바꿨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이것 꼭 사야지. 언젠가는 쓸 거야.. 했던 마음이.. 떠오른다. 정리하고 나니.. 움켜쥔 손가락 펼쳐져지니 가볍다.. 물건을 비워지니 하얀색 벽지가 보인다. 벽지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벽지 하얀 면이 보이니.~~~ 새로 이사 온 기분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의자에 앉아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 Nowaja, 출처 Pixabay



keyword
작가의 이전글둘째 아이가 태어났는데 가게가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