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들어주기

by 감사렌즈

노숙자였던 독고씨는 편의점에서 만나는 그들의 이야기 들어준다. 들어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돈 지불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심리상담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사전 용어 [들어주기 ] 검색하니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과정에서 청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들어주기는 적극적 들어주기와 소극적 들어주기로 나눌 수 있다. 적극적 들어주기는 상대의 말을 정리하고 요약해 주면서 상대의 관점이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으로서 주로 상담 기법에서 쓰인다. 소극적 들어주기는 그냥 맞장구를 쳐주고 격려해 주는 것으로서 단순히 말하는 것 자체를 즐기려는 경우에 적용된다.


독고씨는 들어주기 타고난 재주꾼 인듯하다. 독고씨 기억력을 잃기 전 의사였다. 의사보다는 오은영 박사님처럼 유명한 상담사로 했으면 어땠을까?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일반 사람들에게 들어주기도 어려운데 해결책을 찾아낸다. 오여사가 아들과 싸우고 나서 편의점에 온다. 아들과 풀지 못한 불편한 감정을 발견하고 봇물이 터지듯이 말했고 직면하지 못한 두려운 감정도 알아차렸다. 독고 씨는 해결책 말한다.


"들어주면 풀려요."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그제서야 오여사는 아들의 말을 한 번도 들어 주 알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도 오여사처럼 이런 경험이 있었다. 고백하자면 다른 사람에 비해서 슬픔, 우울한 감정이 많은 사람이다. 육아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내 감정이 더 어려웠다. 불편한 감정을 마주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누구라도 붙잡고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었다. 막상 말하려고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 가족은 가깝지만 먼 관계였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말하려고 하면 녹초가 되어있다. 녹초가 된 남편의 말하지만 이미 너덜너덜 해져있었다. 남편의 감정이 담겨 있지 않는 행동과 말이어서 손을 놓았다. 친정엄마에게 육아의 하소연을 하지만


"뭐가 그렇게 힘든데. 다들 그렇게 살아. 투덜 되지 말고 살아."


우리 시대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셨기에 우리 시대의 육아를 이해를 하지 못했다. 답답하고 외로웠다.

누군가 내 마음을 단 한 사람이라도 들어주고 이해주 었으면 했다.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데 버티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말이다.

육아 선배들 "시간이 지나면 약이다"말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다가 거울 앞에 무표정한 내가 두려워졌다.




어느 날 5살 아들 하원 시간 맞추어서 어린이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달려와서 와락 안기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는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스 선물 받는 듯 표정으로 기뻐했다. 엄마 또한 꿀이 떨어지듯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닮고 싶었다. 엄마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이가 동갑이고 책 읽기 좋아해서 급속도 친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불편한 감정을 꺼 낼 수 있을 정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 엄마는 둘째가 태어나면서 첫째 아이가 애정결핍 분리불안장애로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상처가 없을 거라고 나만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지만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현재 엄마가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어린 시절 아빠의 사고 , 삼촌의 아동폭력 등.. 현재 금전적 문제. 시댁의 불편한 관계를 서슴리 없이 말했다. 불편한 감정을 말하려니 방언이 터지는 듯 말했다. 말하면 안 될 거라고 했지만 오히려 말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졌다. 불편한 감정으로 가려져있던 구름이 사라지니 현재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후 감정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그러다 보니 웃는 날이 더 많아졌다. 거울 앞에서 말이 많아진 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변화는 친구 엄마 들어주기였다. 천천히 가만히 들어주기를 통해서 깊게 상처 난 자리에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가슴이 와닿는 내용이 있었다. 극작가 지망생 인경이 휘수에게 샘에게 물었다.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냐"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에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내 주위에 모든 사람이 들어주기를 노력을 한다. 친절하게.. 들어주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상처가 반창고 붙여졌듯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기 위해서 작은 반창고를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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