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된 세탁기에서 나를 보다.

인정

by 감사렌즈

쿵. 쿵쿠우~퍽퍽~ 천둥소리가 벽을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자리에 일어서 나서 달려갔다.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세탁기가 뒤뚱뒤뚱거리면 균형을 맞혀가고 있었다. 보는데 마음이 쓰렸다.

결혼 후 처음으로 구입한 삼성 통돌이 세탁기다. 신혼부부에서 첫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기이불 , 배넷저고리 , 옷 , 등.. 힘차게 통돌이 안에 돌아갔다. 2년 후 둘째 아들 태어나니 빨랫감이 많아졌다.

매일 하루라도 돌리지 않으면 빨랫감은 산처럼 쌓인다. 그래서 매일 돌아가고 하루 두 번 돌아갈 때가 많아졌다. 둘째 태어나기 전까지 2분 1 정도 찼는데. 이제는 빨랫감이 통을 뚫고 나올 기세다. 통돌이 안에 열리는 부분까지 차오르지 않게 빨랫감을 넣었는데 잘 돌아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빨간 버튼이 뜬다. 통세척을 해달라고. 영어로 된 글자가 표시를 내며 아우성을 낸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는데 올해 여름부터 베란다에서 쿵쿵쿵 더덕 덕.. 자주 들린다. 헹굼까지 돌아가는데 탈수에서 돌아가다가 멈춘다.. 헹굼 30분이 1시간이 되었고 2시간이 되었다. 2시간을 기다렸고 그다음 날도 했지만 점점 시간이 늘어갔다. 할 수 없어서 삼성고객센터에 전화해보니 균형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자로 세탁기 발생할 수 예시 상황을 보내주었다. 문자 받고 주소 링크로 들어갔다. 헹굼 하고 나서 물 빠질 때 빨랫감을 균형을 맞혀주라는 동영상이었다.




물이 빠지는 소리 날 때 세탁기 뚜껑을 열고 빨래 균형을 맞혔다. 과연 될까? 이번에 안되면 서비스센터 기사님을 불러서 고쳐야겠다. 출장비가 비싸던데... 탈수가 되길 기다리면서 지켜보았다. 돌아갔다. 멈추지 않고 20분 정도 탈수가 돌아가더니 띠리링 ~~ 경쾌한 종소리로 들린다.. 다시 작동한 세탁기에게 고마우면서 짠한 마음이 든다. 이제는 많은 양에 빨랫감을 돌릴 수 없다. 반 정도 양을 채우고 시작 버튼을 누르니 이제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간다.


세탁기 보면서 나이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는 걸 배웠다. 마흔한 살 되니 앉아있다 일어나면 무릎에서 뿌드득 소리가 난다. 하루하루가 몸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나도 세탁기처럼 통에 많은 것들 채우며 돌렸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들 빼야겠다. 꼭 돌려야 하는 것들 찾아서 넣는다.


첫 번째 운동

두 번째 사랑..

그 옆에 빨간색 빨랫감을 손에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인정이다. 손에 들기까지도 서른 일곱살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어렵지만 용기 내어서 넣는다. 그동안 다른 사람을 시선으로 예민함을 감추고 숨기고 살았다.


주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뾰족하냐?"

"그때 그일 기억하고 있어.. 정말 대단하다."

"오버한다. 방청객이냐.. " 등. 듣고 살았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 물론 그 주변에서 내가 쪼금 더 다르지만.. 이런 내가 좋다. 예민함을 감추는 건 꽉 낀 바지를 입고 다녔데 이제 벗었다.. 불편한 바지를 입으니 숨 쉬고 힘들고.. 불편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만나면

" 저 예민한 여자입니다. " 말했다

'아 살 거 같다. 이렇게 편안하고 좋은데 왜 감추고 살아왔을까? 후회가 된다. 나로 살아가는 게 제일 좋다. '. 이제껏 다른 사람을 시선으로 보면서 감추고 살았을까? 내 인생인데 말이다. 앞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돌이에서 빼고 인정을 많이 넣어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힘들었던 기억이 이제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