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마친 두 아들 욕실을 장난친다. 첫째 아들은 둘째 아들 놀리고... 울면서 형에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저녁 8시 20분이다. 머리를 감아야 해서 아이들 싸움을 말리지 못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머리를 3일 정도 못 감았다. 가려웠던 부분이 샤워기 물로 씻겨 내려간다. 물이 머리에 닿으면서 그동안에 쌓여있던 스트레스 쌓여있던 감정이 씻겨 내려간다.
툭! 수박 공이 머리에 날아왔다.
잠깐 3분이라는 시간에 공이 날아오니 신세한탄이 나오려다 꾹 눌렀다. 내뜻대로 되지 않으면 신세 한탄하는 버릇이 있다.
그만 그만 하자.. 그럴 수도 있지 다시 머리를 감는데 집중해본다. 첫째 아들이 불을 끈다... 캄캄하다.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질 거 같다. 며칠 동안 참아왔던 머리를 감는 시간인데.. 결국 신세한탄이 나왔다. 방해하는 첫째 아들이 밉다. 감정이 1에서 10이라고 하면 바로 10을 찍는다. 첫째 아들에게 다가가서 사자후를 말하고 싶다. 혼내주고 싶다.
일단 생각을 멈춘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이렇게 감정이 10을 찍을까?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고 더럽지? 머리 거품을 내면서 고요히 마음속을 들어가 보았다. 들숨 ~날숨 ~~ 이렇게 까지 아이를 미워하고 싫어할 정도 아닌데. 물론 공을 던지고 불을 끈 건 잘못이다. 감정이 슬프고 못 견딜 정도 서글프고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왜 그러는 걸까? 잠깐 멈추고.. 숨에 집중한다. 그러니 고요히 강을 건너니 6학년 2학기 시간에 멈춘다. 엄마는 남녀공학 중학교를 보내는 것보다 여자중학교로 보내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6학년 2학기 때 목동과 고척동에 중간 사이에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전학하기 위해서 넓은 운동장을 지나서 교무실에 도착했다. 대머리에 갈색보다 연한 카라 있는 옷 입고 있는 남자 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나와 엄마를 보고 턱을 치켜세우면서 눈으로 위에서 아래로 훌터 보았다. 전학 오기 전 선생님들은 따뜻한 시선 바라보았는데 그 정반대 시선은 처음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향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냥 전에 있던 학교에 계속 있을 것이지? 귀찮게 전학을 와서 귀찮게 구는 거야 ~불편하고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학교 가는 게 지옥 열차 타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학교 가기 싫고 그만두고 싶었다. 교실에 도착하면 조용하고 아무도 방해되지 않게 앉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에 가슴에 가시덤불 자라나기 시작했다. 교무실 앞문이 열리면서 출석부 옆구리 꽂고 슬리퍼를 터덕터덕 교탁 앞에 선다. 남자 담임선생님 출석부를 한 명씩 부르더니 내 이름에서 한쪽 입꼬리 올리더니 콧방귀에 칫.. 웃으면서 넘어간다. 선생님은 왜 이렇게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세우면서 흠집을 찾고 말하면 반 친구들은 앞에서 웃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서 시험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 날은 담임선생님이 이유를 있어서 교실문을 열자마자 내 이름을 크게 부르고 성적을 큰소리로 말했다. 고개 숙이고 사물함 뒤쪽으로 가서 서있으라고 했다. 그 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때 왕따라는 게 없었다. 지금에서 생각하니 선생님이 왕따를 시켰다. 어느 날 집에서 밥을 먹다가 밥상에서 울고 불며 학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엄마도, 이모도 이런 내 모습에 놀라셨지만, 그냥 학교 다니라는 말 뿐이었다. 엄마, 이모가 학교를 찾아가서 담임선생님께 한마디를 해주었으면 했다. 학교를 가면 여전히 담임선생님은 나를 괴롭혔다.
괴롭힌 이유를 졸업식날 알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손을 비비고 있었다. 교실문이 열리더니 카메라 두대를 든 아저씨들이 촬영을 한다. 카메라든 뒤에 비싼 옷을 입은 부부가 온다. 담임선생님 그 옆에서 웃으면서 여자 친구를 칭찬을 쏟아내고 있었다. 난 한부모고 가난했다. 그래서 싫어했던 것이다. 졸업을 하면서 괴롭혔던 담임선생님을 안 보니 해방되는 기분이었다. 고개를 숙이며 손을 비비시는 모습이 안쓰럽게 보였다. 나는 어른이 되면 담임선생님처럼 자라지 않아야지.. 몇 번이나 다짐했다.
선생님을 통해서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첫째 아들에게 감사하다.
잊고 지냈던 상처를 정리할 시간이 주어져서 감사하다. 일상 순간마다 깨어있을 수 있는 건.. 매일 10분씩 하는 명상인 듯하다. 5년 전부터 매일 새벽 10분씩 명상을 하다 보니 과거의 기억이 사진첩처럼 보인다. 갈색 사진첩 속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기 , 냄새 , 말 , 느낌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주관적인 아닌 객관적인 상황에서 보인다. 명상을 할수록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살아온 내가 고맙고 감사했다. 선생님이 나를 미워했던 날 마주하기 힘들었다. 명상을 하면서 과거는 과거라는 깨닫고 힘들어했던 과거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짧은 10분이라는 명상이 진짜 내 삶이 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하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