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을 보는 게 두려워서 땅을 보면서 다녔다. 눈을 바라볼 수 없는 건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친정 할머니 댁에서 삼촌에게 맞았던 기억 때문이다. 세상은 살얼음판 위에 걷는 기분이었다. 조심히 걸어가지만 갈라진 틈에 금방이라도 깨져서 물이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거 같았다. 몸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은 심장을 붙잡고 걸어갔다. 엄마와 지내는 동안 아파트 인터폰이 울리면 모든 일을 멈추고 달려가 보았다.
삼촌이 찾으러 가지 않을까? 이불장에 숨어있을까? 두렵고 무섭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엄마에게 말하면 슬퍼할 텐데. 사람이 무섭고 두려워. 피하고 싶어. 교실 책상에 앉아 있지만 머릿속에서 하얗다. 초록색 책상 바라보고 있지만 선생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사람과 대화할 때 상대방에 말이 들리지 않는다. 정서불안이라고 말하는 담임선생님 말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말 1분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투명망토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말하고 싶고 눈을 바라보고 싶지만 두렵고 무섭다.
놀이치료 선생님 말이 심장에 쿵 내리친다.
선생님: " 잔이 채워져야 흐를 수 있어요."
나 "네?"
선생님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그다음에 말하세요.
있는 그대로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연습 하세요"
나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해보겠습니다. "
선생님 "네 아이의 잔이 채워져야 여유가 생기죠. 그러면 다른 사람을 잔에 채워줄 수 있어요."
나 "아이가 변화하지 말고 부모가 변해야 하는군요. 노력해보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읽고 있던 [보통의 가족이 가장 무섭다]. 밑줄을 치면서 읽은 부분이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