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여유가 생긴다. 있는 그대로 현실 받아들인다. 냉장고 열어보니 식재료가 떨어졌다. 남편은 일이 바빠서 함께 마트에 갈 수가 없다. 차가 있지만 난 운전면허가 없다. 대신 나와 함께 하는 검은색 수레가 항상 내 옆에 있다. 이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두렵지 않다.. 남편은 무리하지 말고 주말에 가자고 하지만 사람이 많은 게 싫고 시간이 더 걸린다. "걱정하지 마.. 내가 해볼게.."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 떨렸다..
10분 정도 걸어서 코스트 입구에 도착했다.. 남편은 이마트 한살림. 코스트코 가격비교를 해서 리스트 보내준다. 비비고 왕교자만두 , 바나나 1개. 계란 2판 묶음 , 유뷰초밥, 삼호 부산어묵 골드 , 서리태 쉐이크... 담았다. 아바타처럼 움직이기고 하는데.. 카트에 하나씩 넣을 때마다 고민도 함께 쌓인다. 시계를 보니 아이들이 태권도 끝나고 돌아오기 30분 전이다.. 저녁 식사를 차리고 놀이치료도 가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과연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난 단순하게 생각한다..
된다로 주문하면서 세뇌시킨다.... 될 수방 향으로 하라고 뇌에게 지시한다. 그럴 때 불쏘시개처럼 아이디어 떠오른다.. 아파트처럼 삼층짜리 건물 올리자. 좋았어.. 해보자.. 수레에 맞는 크기에 상자를 여기저기 찾는다. 찾았다.. 알맞은 크기에 상자를.. 3단으로 쌓아 올렸다. 계란이 깨지면 안 되는데.. 손으로 잡을 수 있게 하자. 그럼 맨 위칸에 올려서 가자.. 됐다.. 해냈다.. 안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된다고 하면 된다..
법륜스님께서 한 말씀을 항상 머릿속에서 떠올린다. 어떤 삶인 듯.. 긍정적인 방향으로 살아가라고.. 긍정적인 생각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전부 이해가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 스님의 말씀을 떠오르면서 긍정적이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수레를 끄는데 무직한 무게다. 등 뒤로 두 손으로 끌면서 앞으로 전진하는데 점퍼 안에 땀이 흐른다. 오랜만에 땀이 흐르고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데.. 몸은 힘이 드는데 기분은 상쾌하고 좋다..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 웃게 된다.. 수레를 끌고 집으로 향해가는 내가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인다.. 나 자신에게 반했다. '이렇게 멋져도 되는 건가?' 운동도 하니깐 기분도 좋아지고.. 한 뼘 정도 자존감이 올라갔다.
몇 주 전에 강연에서 들었던 이원희 선수 말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하지 말고 나 자신을 감동시켜라..
내가 나에게 감동받을 만큼.. 눈물이 날 만큼 했을 때 그게 최선입니다."
그 말의 화살은 내 심장에 과녁을 맞혔다. 그것도 가운데로 정확히..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많이 했는데 나에게 나 자신을 감동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다.. 말은 얼어 있던 심장을 깨고 잠자던 세포를 깨운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도장을 찍는다.
"그래 나 자신을 감동을 시켜줄 준비를 해보자 "
생활 속에서 경험치를 높여야겠다. 나 자신에게 한계선이나 경계선을 긋지 말자... 일상생활의 경험치를 높여보기로 한다.. 이왕 하는 거 웃으면서 즐겁게 하기로.... 일상 속에서 반할 수 일을 하나씩 만들고 쌓아 올려야겠다. 쌓인 경험치를. 준비해서 감동시켜주는 날 만들어야겠다.. 지난 날 제일 후회되는 건.. 시작도 하기 전 실패할지 모른다. 두려움으로 포기한 것들이 많다.. 과거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 새로운 경험 통해서 결과보다는 과정으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야겠다. 결과만 평가하지 않고.. 노력하는 나. 도전하는 나 그 자체만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내가 나 자신의 팬이 되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