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말했다. 10분, 20분이라도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둘째 출산하고 나서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다.주야간으로 일하는 남편에게 미안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말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 행복해야 한다' 말에 용기를더했다.
남편은 말문을 열었다.
"모유라도 나와야지. 아기를 볼 수 있지? 배고프다고 울면 어떻게 해..."
맞는 말이라서 웃었다. 아 이럴 때 남편 가슴에 모유수유 할 수 있게 탈붙착하면좋을 텐데.. 두 아들은 엄마가 안 보이면 운다.특히 둘째 아들은 7개월이 되면서 낯가림이 심해져서 엄마가 안보이면 바로 운다. 두 아이를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남편에 말에 서운하다. 잠깐이라도 나는 혼자가 되길 원한다. 주변에서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일요일 오전 나가기로 결심했다.
" 나 잠깐만 내 시간을 가져야겠어.. 그러니 아이들 보고 있어. 내 시간이 간절하게 필요해.."
" 조금만 참아. 아이들 좀 더 크면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줄게.."
" 그러기엔 나 너무 지쳤어..."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막상 나오긴 했는데 만날 사람을 찾아보는 데 없다. 그 현실이 웃프다. 어렵게 나왔는데 만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슈퍼쪽으로 걸어갔다.
진동이 울린다. 여러 번 무시하다가 받았다. 다급한 남편의 목소리, 두 아이들 우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떻게든 해보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친정엄마한테 욕한바지 듣고나니속상하다. 집으로 가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누구 한 명이라도 마음을 들어주고 위로받는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9년 지난 지금도 나는 혼자가 되기 기다린다. 사방이 고요해지고 혼자서 있을 때 진심으로 기쁘다. 가족들 방해 없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 자기만의 방'아닐까?
노트북에 타자를 치면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여러 질문 중 감정 대해서 제일 많이 물어본다.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말 글로 적는다. 쓸수록 외로운 방에 불이 켜지고 방이 환해진다. 혼자만의 시간 덕분에 이야기를 귀를 기울여 듣고 있으면 '기쁨' 알게 된다. 내게 많은 일들이 지나고 일어났을 때, 떠오르는 감정과 순간들.. 기록하고 함께 공유한다는 큰 기쁨이라는 걸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