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스케치북위에 그림을 그린다. 빛바랜 시간에 여자아이가 나뭇가지를 꺾어서 그림을 그린다. 그 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 앞에 여자아이는 나타났다. 사소한 일상에서 자주 나타나서 놀라고 초조함이 많아지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아이에게서 도망칠수록 더 자주 나타났다. 지우고 싶던 기억을 불현듯 보이는 게 괴로웠다.
"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한데 왜 나만 이런 걸까?"
괴로움에 벗어나려고 매일 새벽 10분 명상했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 장면들이 영상으로 보인다. 엄마와 친정할머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택시가 도착했다.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택시를 타고 떠나갔다. 잡으려고 뛰어가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날부터 눈물에 마르지 않았다. 엄마 없어졌다. 오늘이었는지 , 어제였는지 기억이 희미해진다. 기억 지울수록 더 선명하게 보인다. 엄마가 떠난 아이는 나뭇가지로 마당에 엄마를 그린다. 다시 일어나서 벽으로 가서 얼굴, 머리카락, 눈 코 입 그린다. 엄마는 벽속에서 나와 두 팔로 따뜻하게 아이를 감싸 안아준다. 아이는 눈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러다 덜컹 겁이 나 뒷걸음친다. 엄마가 아이를 찾지 않을까 봐. 잃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 손꼽아 기다렸던 엄마가 왔다. 다시 버려질까 봐 아무 말 없이 아이는 엄마 옆에 있는다. 만나면 달라가서 품에 안기고 싶었는데 모든 감정을 꾹꾹 누른다. 그런 아이가 엄마가 되었다. 친정엄마는 딸 보면서 서운한 눈빛이다.
“왜 이렇게 차갑니?”
자주 말하는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억이 선명히 보이고 나서 알았다. 내면아이는 슬픔이었다. 감정 속에 눈에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마음에는 눈물이 절반이었다. 그런 아이를 어른이 되어서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