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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 처음의 인사

by 감사렌즈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에서 나오는 길, 수건을 목에 걸고 복도를 걷는데
누군가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에어로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고,
나는 운동 뒤에 몸의 긴장을 식히며 무심히 걸어가던 중이었다.
몸도 마음도 축 늘어져 있던 그때, 그 인사는
의외로 똑, 하고 내 마음에 부드럽게 닿았다.

순간 나도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아… 안녕하세요.”
습관처럼 나온 말이지만, 말끝에 담긴 웃음은
내가 예상치 못한 위로였다.

사실 그분은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1년 가까이 헬스장을 다니며 자주 마주쳤다.
언제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있는 그녀.
나는 창 너머에서 윗몸 일으키기를 하며 그녀의 에어로빅 동작을 종종 훔쳐보곤 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음악에 맞춰 한 시간 내내 움직이는 그녀를 보며
‘저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저 표정은 왜 저렇게 밝을까?’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말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날도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며칠째 이어지는 면접에 마음이 탈진한 상태였다.
긴장, 초조, 자책…
머릿속이 복잡하고, 스스로가 작아지던 시기였다.
그런 나에게 건넨 ‘안녕하세요’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내 안부를 묻는 듯한 다정한 말처럼 느껴졌다.

‘당신, 괜찮으세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그렇게 들렸다.
그 한마디가 마음속 단단히 닫혀 있던 문을
조금 열어주었다.
경계심과 거리감, 낯섦과 어색함은
말 한마디에 의외로 쉽게 무너졌다.

나는 낯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이다.
말을 건네다 오해받을까 걱정이 앞서고,
괜한 민폐가 아닐까 한발 물러서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날 느꼈다.
인사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말보다 표정, 목소리의 결,
그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함께 전해진다는 걸.

그날 이후, 헬스장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에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해본다.
작은 인사 하나로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내가 경험했으니까.

"안녕하세요."
그 말은 생각보다 많은 걸 담고 있었다.
‘나 오늘 잘 버텼어요.’
‘내일도 잘 지내봐요.’
그리고,
‘우리, 그렇게 안녕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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