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나를 멈추게 한 한 마디
갈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신청을 놓쳤다. 법륜스님 강연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일상에 치여 망설이다가 마감이 지나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연 당일, 아침이 되자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그냥 가보자.'
초등학교 4학년 아들에게 말을 꺼냈다. 친구들과 놀기로 한 약속이 있었지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엄마가 꼭 만나고 싶어 했잖아. 같이 가자.”
그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덕분에 함께 길을 나섰다.
정토사회문화회관 건물이 보이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1층 입구에는 하얀 연등이 빛나고 있었고, 그 조용한 불빛이 내 마음을 감싸 안는 듯했다.
하지만 입장 시간이 이미 지나 강연장 안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벽면의 큰 TV로 강연을 볼 수 있었고, 그 앞 나무 계단에 앉아 듣는 방식이었다. 의자도 없이 계단에 앉는 게 불편할까 걱정했지만,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어 오히려 편했다.
그리고 놀랍도록 집중이 잘됐다.
스님의 목소리는 또렷했고, 질문자의 고민은 내 마음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았다. 요즘 나는 자주 미뤘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유튜브를 켜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때, 스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뜨거운 잔을 손에 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딱! 하고 놓아야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기고선, 좋아하죠. 마치 내려놓은 것처럼. 그런데 그건 여전히 들고 있는 거예요.”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건 내 이야기였다. 나는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미루는 습관, 게으름, 유혹을.
스님은 이어서 말씀하셨다.
“새벽 기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냥 딱! 하고 일어나는 거예요. ‘해야지, 해야지’ 하고 있으면 못 해요. 생각보다 먼저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늘 생각 속에 머물렀다. '해야 하는데...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내일 더 열심히 하면 되지.' 그런 핑계들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딱! 하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건 왜 이토록 어려운 걸까.
스님은 이렇게 마무리하셨다.
“습관을 바꾸려면 저항이 옵니다. 그걸 넘어서야 바뀝니다. 하기 싫어도, 간절하다면 그냥 하면 됩니다. 안 하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내가 바라는 건 ‘달라지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다.
공부든 삶이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이제는 생각을 멈추고 몸을 먼저 움직여야 할 때다.
‘딱!’
지금, 책상 앞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