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로 살아간다.
얼마 전 남편이 내게 고백했다.
열 해를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아이의 발작과 아들의 학교 문제로 뒤흔들렸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삶은 늘 예고 없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엄마가 되고부터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사고를 치기도 했고, 가슴 철렁한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졌다.
늘 긴장 속에 살다 보니 체력은 바닥나고,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행복하면서도 외로운 날들.
아이를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나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사라져버린 듯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볼까 고민했지만, 형편상 쉽지 않았다.
그러다 책에서 “글쓰기는 치유가 된다”는 문장을 만났다.
그 말이 내게 작은 빛이 되어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곳이 바로 브런치였다.
상고를 졸업했고 책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내가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
그 믿음 하나로 도전했다.
네 번의 거절 끝에 다섯 번째 도전에서 승인 메일을 받았다.
그날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마음 깊숙이 오래 웃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쓸수록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다.
한 줄, 한 문단을 적을 때마다 내 안의 새로운 얼굴이 드러났다.
30년 넘게 살아왔는데도 내가 이렇게 많은 나를 모른 채 살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글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나는 매일 나 자신과 다시 만났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출산 전까지는 늘 누군가를 쫓아가기에 바빴고, 기회만 된다면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조금씩 변했다.
솔직한 문장을 통해 감정을 털어내고,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이런 나도 괜찮아.”
보잘것없다고만 생각했던 내가 멋져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글쓰기는 사라져가던 나를 다시 불러냈다.
브런치 10주년을 맞이한 지금, 나는 확신한다.
쓰는 순간,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지켜낸 힘이었다.
앞으로도 브런치를 통해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