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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언니 ]읽고 후기

by 감사렌즈

김정아 작가님의 선이언니를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책장을 덮으며 숨을 고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큰어머니가 누운 아버지의 손을 붙들고 “대렴, 애들 봐서라도 기운을 내야제”라며 죽을 떠먹이는 장면은 오래 남았다. 아버지가 몇 숟가락을 삼킨 뒤 꺽꺽 울음을 터뜨리던 순간,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그 장면은 내 현실과 겹쳐졌다. 늦은 밤까지 일하는 남편 대신 아이들과 집안일을 도맡으며 지쳐 쓰러졌던 날, 아무 힘도 나지 않아 친정엄마께 전화를 걸었다. “오징어볶음 좀 해달라”는 내 말에, 망설임 없이 “몇 시에 찾으러 올래?”라고 되묻던 엄마. 그 한마디에 눈물이 맺혔다. 결국 받아온 반찬을 밥 위에 얹어 먹으며, ‘잘 먹고 힘내라’는 위로가 몸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소설 속 한 숟갈 죽처럼, 내 삶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책은 또 다른 상처를 꺼내게 했다. 네 살에 아버지를 잃은 나는 오래도록 원망 속에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원망은 그리움으로 바뀌었다. 그리움이 짙을수록 아버지는 내 일상 속에서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졸업식, 결혼식, 아이가 태어나는 날마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을 더 소중히 바라보게 만들었다.

선이언니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나를 멈춰 세우고, 잊고 있던 감정을 꺼내게 만들었다. 동시에 부모님의 삶을 이해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책은 거울처럼 내 삶을 비추어주었고, 나는 그 거울 앞에서 오래 잊었던 눈물을 흘리며 위로받았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여전히 내 감정을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이제는 더 많은 소설을 읽고, 타인의 삶을 공감하며,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김정아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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