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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국내 MBA에 관심 있어요? (5)

경영학이 이렇게 어려웠어?



국내 MBA의 장점?

사실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돼서 금액적으로 이득이 있을 수 있는 점도 있겠지만 솔직히 언어에 장벽이 없기 때문에 해외보다는 난이도가 확실히 Easy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에서는 완전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MBA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MBA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영어로만 수업을 들어야 하는 과목들이 있기도 했으나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기도 하고 사례 분석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있어서 한국어 수업이 많은 편이긴 하다.


또한, 실제 일반 경영학 석사 과정보다도 난도가 낮은 편이다.

순수 학문을 추구하고자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부 때 경영학 Base인 경우에는 솔직히 난이도가 급격하게 하강되는 부분이 있다. 나와 같이 경영학이 Base가 아닌 사람들이야 '어버버' 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들은 얼마나 룰루랄라일까...?(근데 한편으로는 굳이 경영학 Base인데 석사를 MBA과정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석사 말고는 딱히 메릿이 없어 보이긴 한다)




나름 이공계 나왔다.

대학수학, 공업수학, 4대 역학 등등... 나름 숫자 나오는 것에서 상당히 강하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재무회계' 과목을 들으면서 산산이 무너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차변/대변을 이해하는데 거의 한 학기가 소요가 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계사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회계사에서 이곳 MBA로 온 사람들은 과목 자체를 수강하지 않아도 시험에서 A+가 나오는 당당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애초에 업무 자체가 이쪽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상당히 불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인사 관련 과목들은 조금 예외적이기도 하다.

실제 인사업무를 하고 있더라도 인사 과목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 자체가 사실 실제 사례에 대해서 문제가 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 약간 '암기'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조직행동론이나 리더십, 인적자원의 전략적 관리 등의 과목에서 그런 부분이 많이 느껴졌는데, 한편으로는 인사업무가 약간 뭐랄까 '스페셜리티' 한 직무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섞여 있는 케이스가 많아서 그런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이 된다(당장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인사직무에 절반이 다른 부서에서 넘어온 케이스가 많다)


MIS 수업은 미래가 뭔가 있는 수업이긴 한데....

스마트 비즈니스나 IT 융합 등은 오히려 나와 같은 공학 전공 Base 사람들에게는 훨씬 유리한 과목이기도 했다(실제로 이쪽 과목에서는 대부분 A+ 성적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뭔가 교양수업 같다는 느낌도 받기도 했는데, 나쁜 의미가 아니라 계속 발전되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블록체인의 경우 이걸 교양으로 봐야 하는지, 전공과목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나중에 졸업을 하고 들었던 과목으로서 앞으로 경영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과목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영학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전략은 두말할 것이 없다.

어쩌면 MBA 과정에서 가장 꽃과 같은 과목이다. 특히 교수님들이 '피 튀기게 싸웠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를 먼저 하는 과목이기도 한데, 항상 온순해 보이던 우리 원우들이 그렇게 핏대 높이며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처음 보았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한 것을 처음 알았으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애사심이 넘치는데 왜 술자리에서는 그렇게 자기의 회사에 대한 욕을 하는지 의문이긴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규모가 너무 크고 비즈니스도 너무 넓어서 정보 전달 수준으로 밖에 이야기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이 수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대차의 한전부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0조를 내밀어서 손해가 크다고 이야기를 한 교수님의 의견이 있었는데, 실제 전략기회 쪽에 있는 사람들은 10조가 아니라 '9조 9999억 9999만'을 적어서 냈다고 했고 당시 수장이었던 정몽구 회장님께서 이름의 '9'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고 실제로 이 부지는 20조 이상의 값어치가 되었으며 어쩌면 국내에서 가장 부동산 투자를 잘한 케이스로 남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수업 중에 이러한 뒷이야기(?) 등을 들으면 비싼 돈 내고 들어와서 이런 것도 얻을 수 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업하는 것은 즐겁긴 했다.

다만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것이기에 한편으로 체력이 많이 딸리기도 했고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30대 후반에 이르러 다시 느끼게 되는 것도 살짝 웃기긴 했으며, 성적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 다시 학부생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공부를 그리 잘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돈이 아깝다 소리를 들을 수준은 아니었으며 매 학기마다 A+ 2과목씩은 나오는 수준이었으니, 보람찬(?) 슬기로운 생활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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