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니들이 반도체 엔지니어를 알아? (8)

제조센터 엔지니어의 운명 교대근무


우리 회사는 일단 4조 3교대 시스템(제조센터에서 완전 교대근무만 도는 경우)을 채택하고 있다. 이 근무는 6일 근무 2일 휴무를 골자로 한 시스템이고 제조센터 여사원의 근무를 위한 스케줄이다. 그럼 남사원은 어떻게 근무를 도냐고? 보통은 변형 교대라고 하여 3교대를 자유롭게(?) 변형하여 돌고 있다. 결국은 24시간 설비는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저녁에 누군가는 새벽에 계속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운명인 것이다. 어쩌면 반도체 지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한데, 이 근무가 도대체 언제 끝나고 오직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근무가 되느냐는 것이다.


개별 라인의 설비/공정 엔지니어는 거의 초반에는 교대근무를 100%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8주에 한 번 도는 친구들도 있더라) 사실 1~2년 차의 친구들은 교대근무를 차라리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절대 아니었다. 물론 초반에는 남들 퇴근할 때 출근하고(이건 정말 정말 슬프고) 출근할 때 퇴근하는(오우 나이스)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이 있고, OFFICE 근무자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차라리 SWING이나 G/Y 근무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막상 SWING 근무를 서게 되면 잠은 많이 자서 좋은데 결국은 22시가 넘어가 버리니 술 마시고 노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고, G/Y 근무의 경우 정말 뭐랄까... 그냥 잠자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분명 똑같이 8시간을 자도 너무 졸려고 피곤하고 뭐 그렇다. 더군다나 초년병 때는 몰래 잠자기도 좀 애매할뿐더러 낮에는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너무 힘든 상태가 되어 버린다. 왜 군대서도 당직 근무 다음에는 그냥 쭉 오침을 하지 않던가? 다음날 생활 패턴이 깨진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긴 하다.


신입 사원 때 G/Y 근무를 서고 호기롭게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서 강남 쪽에 있는 영어학원을 등록한 적이 있다. 주변에 보면 나와 같이 학원이나 PT를 받으려고 헬스장을 끊고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과 일주일만 해보면 이게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 알게 된다. 6시에 퇴근을 해도 6시에 딱 맞춰서 퇴근하는 날은 며칠 되지도 않을뿐더러 막상 퇴근을 하면 그간 쌓여있던 피로와 더불어 긴장감이 확 풀어지면서 자연스레 침대에 눕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와이프가 회사를 계속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초췌했던 모습을 보였던 적도 많이 있었는데 라인 내에서 웨이퍼라도 깨지면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하게 커졌었다. 뭔가 내가 하던 일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어려웠던 그 시절, 문제가 생겼을 때 집에 가지 못하는 현실이 굉장히 서글펐다.




어찌 됐건 이 8시간 안에 식사 시간도 포함되어 있어서 어쩌면 9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8시간 근무+1시간 식사시간) 일단 OFFICE 근무자들 보다는 근무 시간이 확실히 적긴 하다. 그런데 어차피 다음 근무자에게 Inform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30분씩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는 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차피 일하는 시간은 동일하다. 거기다가 생활패턴도 적응하는데 2~3일 정도 소요되는(그나마 이것도 20대나 가능하더라) 것을 감안한다면 나중에 나이 먹어서 까지 하기 정말 힘든 패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의 노예(야간수당+교대수당)가 되기 시작하면 50~60만 원에 눈이 어두워져 G/Y 근무가 필요하다고 가끔씩 어필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는 사원들이 있으니 이런 근무 형태가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된다.

한편으로는 이런 근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안 해야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타 다른 부서에서 무인 G/Y라고 하여 테스트 형식으로 해 본 적이 있으나 오히려 다른 부서에서 그 부서가 너무 편해서 저런 짓을 한다고 타박을 하여 다른 파트의 설비를 받고 고통을 겪는 것을 보았다. 회사에서는 뭐랄까 그냥 딱 중간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너무 튀어도 돌을 맞지만 너무 편해도 그 꼴을 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경계 때문에 다시 고통스러워진다. 그래서 한동안 몸이 편해지고 설비가 좋아진 듯한 느낌을 받으면 항상 나중을 걱정하게 된다. 언젠가 돌아올 그 돌팔매 때문에 말이다. 희한하게 너무 편하다가도 갑자기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오는데 그게 사람 문제인지 설비 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항상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맞는 듯하다.




굳이 장점을 찾아보면 보통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오피스 근무자는 소위 '짬밥 좀 되는 사람'으로서 업무가 심화된 것을 많이 하게 된다. 어려운 업무 혹은 전체적으로 알지 못하면 하기 힘든 업무를 하게 되는데 신입 사원 때는 그들의 위치에 올라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막상 올라와서 해보니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전에는 설비 망가진 것만 해결하면 되었다면 본인의 업무+부서 내 설비 문제가 있는 것도 대응이 합쳐지게 된다. 전체적으로 퇴근이 늦어지게 되는 근무자들의 모습이긴 한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교대근무를 돌지는 않기 때문에 패턴이 무너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피스 근무자에서 반대로 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이게 생각보다 많더라) 교대 근무의 경우 사실 짬밥이 되기 시작하면 8시간만 딱 채우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어 당사자는 굉장히 편하기도 하다.


교대근무를 하다 보면 사실 이 업무가 '나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뭔가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소 적게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업무 성과를 낼만한 부분이 거의 없는데 계속 교대 근무만 하고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성실함' 말고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로 1~4년 차 설비 엔지니어들이 매 번 고과 평가를 할 때마다 적어서 내는 것이 '성실함' 말고는 없는 경우를 많이 봐서 과연 이게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긴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계속 갖게 된다. 10년이 넘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없으니 최근에 들어오는 신입 사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회사에서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커리어 패스를 다소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너무 회사가 커서 그럴까 좁디좁은 부분밖에 알 수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요즘같이 워라벨과 커리어 패스를 중요시하는 신입사원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이 회사에서 내가 커 갈 수 있느냐?' 이거다




개인적으로는 4년 정도 후에 오피스 근무로 빠져서 여러 업무를 병행해서 진행을 했었다. 요즘 들어오는 친구들에 비해서는 굉장히 빠른 편에 속하는 것인데, 다음에는 교대 근무 말고 오피스에서 하는 업무에 대해서 작성해 볼까 한다. 평생 교대근무만 할 것도 아니고 결국은 오피스로 내려와서 주요 업무들을 해야 하는데 각 업무 별로 장단점이 존재를 한다. 그걸 한 번 짚어보려 한다.


PS: 그럼 교대근무를 할 때 설비 엔지니어는 뭘 하냐고? 설비 수리한다. 말 그대로 정말 반도체 설비를 뜯고 수리하는 것. 정말 그것만 하냐고? 그게 주업 무고 부무는 나중에 또 자세히 설명해 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