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가 아군인가 유관부서들
회사는 유기체다.
회사 안에는 여러 가지 부서가 있고 그 부서가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회사가 돌아가게 된다. 유기체라고 설명한 이유는 하나라도 어긋나면 균형이 맞지 않아서 무너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특히 회사가 작으면 부서를 나눌 것도 없이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슈퍼 블릭.....(이 아니고 사람) 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다니시는 분들의 퇴사율이 높고 이직이 활발한 이유는 일단 처음에 너무 엄청난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게 내성이 생기다 보면 다른 회사에 가서 만능으로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일 테이다. 개인적으로 중소기업에 입사를 한 적이 없어서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기업에서는 자기 부서 업무만 충실히 하면 초반에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초반’이라는 전제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사실은 내가 하는 업무가 유관부서의 요청 혹은 내가 요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자부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유관부서와도 분명 계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의 유관부서를 한 번 소개해 보자면...
1. 제조
정말, 진짜, 완전... 서로 반대의 성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서이다. 우리는 설비 유지보수를 위해 설비를 정지시켜야 하고 그들은 정지 없이 설비가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제재를 한다. 우리는 항상 ‘소탐대실’이라는 명분 아래 설비를 멈추고 사전에 예방 조치를 하면 나중에는 좀 더 오랫동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을 하지만 저분들의 실적은 사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실적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것이 통용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여사원들이 제조에 대부분 포진되어 있고 반대로 남사원들이 설비 쪽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하는데 업무적으로도 많은 마찰이 발생을 하게 된다. 지금은 아예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별로 없지만 과거에는 라인 내에서도 항상 얼굴을 봐 오던 사이라 알게 모르게 연정이 쌓여 결혼한 커플들이 많아서 형수 혹은 제수씨가 있으면 평소에 안되던 일도 해결이 되는 경우가 꽤 있다. 사실 엄밀히 보자면 생산 라인이기 때문에 제조가 갑인지라 제조 사원은 우리 팀장님께 막 메일도 뿌리고 불만 사항을 토로할 수 있지만 우리는 반대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 박탈감이 들 때도 많다. 항상 여기서 생각한다. 힘 있는 부서에 가야 한다고.
2. FT, GCS그룹, 전기그룹
위 두 팀은 서로 업무가 다르긴 하지만(한쪽은 시공에 가깝고 한쪽은 유지보수에 가까우나) 우리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모습으로 비치는지라 이렇게 합쳐놨다. 사실 이 그룹은 부서별로 업무량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커서(셋업 라인의 시공이면 뭐 답이 없음....) 정의하기는 좀 어렵긴 하지만 유관부서라는 입장에서 볼 때 거의 유일한 ‘을’ 부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잘해주는 편이다. 셋업 시에 회의를 하면 서로 간의 다소 싸움이 있긴 하나 대부분 설비 쪽으로 유리하게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양산’이라는 전제 하에 서로 도와줘야 하는 입장이나 유틸리티가 받쳐주지 않으면 설비가 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정이 딜레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우리 쪽에 맞춰주는 편이다. 특히 라인 셋업 엔지니어들은 반드시 이 분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는데 표준 일정을 달성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 아니면 대부분 가능한 편이나 일정이 촉박해졌을 때 친분 관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경우가 꽤나 있기 때문에 셋업을 할 때 친분 관계를 좀 쌓아 두는 편이 좋다. 그나마 우리에게 호의적이다ㅠ
3. 환경안전
우리의 적은 누구? 환경안전
솔직히 이런 말 하기 그런데 설비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이론적으로는 고마워해야 하는 그룹이지만 실제로 부딪히면 북한보다 더 악독한 그룹이기도 하다. 일단 제조는 말이라도 통하는데 이 사람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인원들도 꽤나 가는 부서이긴 하나 예전에(특히 지금 장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꼴통이라고 하는 업무 부적격자들이 많이 가던 부서였다. 그런데 점점 힘이 세지면서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는데 분명 환경과 안전은 관리하고 보수해야 하는 부서임에도 오직 ‘관리질, 지적질’만 일삼는 부서이다. 회사 내에서도 항상 불만이 터져 나오는 부서이기도 한데 사실 이런 부서의 특징은 평소에는 좀 한가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말 고통의 시간이 오는데, 항상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 사전에 예방을 하고자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때 제조센터의 기술 엔지니어들이 많은 피해(?)를 입게 되는데 환경안전의 편의만을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쓸데없는 규정들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좀 제거하고자 제조센터에 있는 기술 엔지니어를 데려다가 환경안전 그룹으로 전배 시켜서 활용하는 경우도 꽤나 있는데 어차피 거기 가면 다 똑같은 사람이 되는지라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4. 연구소, 개발실
그쪽에서 요청 있을 때만 연락 오고 우리가 요청한 건 잘 안 해준다... 그리고 사실 볼 일도 별로 없다.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 뿐
5. 스텝부서(인사, 감사 등등)
보통 이런 부서에서 연락 오면 즐겁거나 좋은 내용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는 많이 없다. 특히 인사 부서에서 연락 오면 뭔가 ‘숙제’가 떨어진다는 이야기인데, 기분이 참 별로다. 본인들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은 것들이 오는 것임에도 굳이 다시 확인하고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너네가 조사한 것이니 이렇게 해도 상관없지?’라고 하는 느낌이다. 또한 감사팀의 경우 연락 오면 앞으로 회사 생활이 참 꼬였구나라고 생각을 하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불행한 경우가 많이 있다. 주변에 다른 회사 감사팀을 맡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오면 주변 사람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한다. 그들도 사람이라 여러 고충이 있겠지만 회사 안에서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이다. 그 외의 스텝 조직들은 뭐 사실 그리 볼 일도 없고 연관도 없다. 교육부서 정도가 어느 정도 서로 도움을 주고 일하는 정도이다.
6. 다른 공정 엔지니어들
그냥 뭐 다 같은 슬픈 사람들이다. 어느 부서가 편하더라, 어느 부서가 힘들더라라는 이야기는 항상 나오는데 정작 거기 가서 편하냐고 물어보면 다 힘들다고 한다. 그냥 사람은 자기가 있는 자리가 제일 힘들고 어렵다. 사실은... 그냥 같은 수준에서 힘들도 어려움이 있다. 공정 엔지니어들은 여타 다른 파트 공정 엔지니어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이 있긴 하다(전 스텝, 후 스텝에 엮인 경우가 꽤 있어서) 알아두면 도움되는 경우가 가끔 있으니 기회가 닿는다면 친해지는 것도 좋다. 특히 같은 기술팀으로 엮인 곳에서는 언제 어떻게 만날 지 모르니 꼭 염두해 두길 바란다.
7. Defect 제어, QA 등의 분석팀들
여기도 대부분 여사원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는데 적군에 가깝긴 하나 사실 우리 문제를 대신 찾아주는 고마운 부서이긴 하다. 환경안전과는 조금 다른 것이 갑을관계라는 점은 비슷한 부분이나 서로 반도체를 다루는 입장에서 문제 되는 부분을 close 하기 위해서는 제조센터 기술팀의 도움이 필요하므로 결국은 상부상조하는 사이이다. 정말 심각한 문제 시에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하는 타협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각 조직의 장으로 올라갈수록 이런 부서와 친밀도가 있어서 서로 어느 정도 보호해주고 도와주는 사이로 만드는 것이 부서장의 할 일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일단 평소에는 이 분들에게 메일이 오면 내 업무는 증가된다....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 외에도 다른 유관부서들이 있겠지만 자주 볼 일이 없는 부서만 남은지라 이 정도가 어느 정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유관부서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엔지니어니까 난 설비만 잘 고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입사를 했다면 정말 낭패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유관부서와의 업무가 더 비중이 커지는 경우가 왕왕 존재하기 때문이다. 희한한 것은 이렇게 다른 부서니까 서로 만날 일이 자주 없을 것 같으면서도 희한하게 돌고 돌아서 다시 같이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본인 평판을 잘 쌓는 것도 중요하다. 남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 치고 나중에 좋은 평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이 성차별에 대한 많은 이슈가 많은 경우 조그마한 실수가 크게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 이성과 업무를 같이 하는 경우 몸도 마음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찌 됐건 유관부서와는 친해지면 좋다. 꼭 친해져라. 그래야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