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 이런 건 좀 서럽다/다행이다
대한민국 어느 회사나 신입에게는 주요 업무는 절대 시키지 않는다.
뭔가 허드렛일을 잔뜩 시키고 나서 그 이후에 도제식(?)으로 하나씩 가르쳐 주거나 알아서 배우거나 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듯한데 점점 변해가는 세상에서는 이렇게 하는 방식을 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하다. 극단적으로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바로 뛰쳐나가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기도 역시 동일하게 허드렛일을 주로 시키고 하나씩 가르쳐 주는 방식을 택하곤 한다. 심지어 내가 지나온 10년 동안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는데 사무직과는 다르게 사람이 다치거나 혹은 더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기초적인 지식이 없이는 접근하는 것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고 사람과의 상대가 아닌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반의 허드렛일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사무직의 경우 복사를 하거나 커피를 타거나 등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런 것을 하는데 반해서 이곳에서의 허드렛일은 단순 조사나 뒤에 졸졸졸 쫓아다니면서 공구 챙겨주는 것, 설비 닦는 것 등이 있다. 굳이 사무직과 구분을 짓자면 설비와 좀 더 가까이에 있는 업무를 많이 하는 편인데 지금도 이해가 안 가지만 왜 그리 상위 부서에서 해달라는 것이 많은지 맨날 조사만 하고 다녀도 시간이 모자란 경우가 많이 있다. 특히 좀 황당한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조사(10미터 위에 있는 배관을 조사해 달라는 말도 안 되는 것들 망할놈들 다 꺼져버려)를 그냥 하라고 던져놓고 알아서 하길 바란다는 점이다. 사실 이런 조사들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 본부 쪽에서 가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툴 같은 것들?) 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각 라인에서 그냥 알아서 하고 답을 가져오라는 메일만 날린다. 물론 그 부서에서도 있어보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뭘 그리 알고 싶은 것들이 많은지 맨날 뭘 물어보고 조사해 오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업무는 ‘허드렛일’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항상 방진복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도 살짝 서럽다.
신입사원들이 교육 초반에는 세미 정장을 입고 다니다가 부서에 오기 때문에 밖에서 딱 봐도 ‘아 쟤는 신입사원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 친구들의 시선을 보자면 사내에서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굉장히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일단 정장 자체가 불편한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을 해 보면 자유 복장이라는 의미는 어차피 라인 들어갈 때 갈아입으니 애초에 불편한 복장으로 다닐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고 그로 인해 불편을 겪는 부분은 특히 여사원의 화장 부분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곤 한다. 화장 자체를 진하게 할 수 없고(다 번져서) 그렇게 하고자 하여 실제로 진하게 하면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잡는 경우가 꽤나 있다(당연히 100% 잡히지는 않는다 ㅋ) 요즘은 모든 사람이 밖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안에서도 그리 불편한 것을 잘 못 느끼긴 하는데 피부가 안 좋아지거나 머리털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이 꽤나 있기에 한편으로는 매우 서러운 일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사람 수가 줄어들고 있는 직군이기도 하다
반도체 회사 내에서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리 높은 대접을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효율화라는 명목 하에 인원을 줄이는 것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사원이야 이미 좁은 문을 통과하기도 했고 신규 라인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아직은 특별한 것을 느낄 수 없지만 조금 오래 있어본 사람들은 과연 이 직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과거 30명이 하던 일을 지금 20명이 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설비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도 있긴 하지만 30명 업무를 억지로 20명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와중 그 인원을 다시 15명 이하로 줄여보자는 제안으로 인해서 진행되고 있고 결국은 또 그렇게 되더라도 돌아가긴 할 것이다(이렇기 때문에 결국 장비사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스킬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던 제조 여사원 직군이 자동화로 인해서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을 본 나로서는 앞으로 이 직군의 미래가 밝진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사실 이 외에도 부서 스스로 항상 바닥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문제가 있기도 하고 입사 후 10년 정도는 계속 교대근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사항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이 업을 택한 것에 대한 슬픔이라고 생각을 하고 장점으로 한 번 넘어가 보자.
나름 내근직(?)
요즘처럼 코로나가 판을 치는 세상에 가장 ‘적절’ 한 직무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방진복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서로 말을 하더라도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극히 낮고 특히 반도체 라인 안에 만큼 깨끗한 곳도 정말 적다. 어느 정도로 적냐 하면 10년이나 된 설비에 손으로 닦지 못하는 위치에도 먼지가 거의 없는 것을 본다면 내부의 환경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깨끗하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 중에서 ‘깔끔’ 한 걸로만 따지면 가장 최고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함을 자랑한다. 특히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높은 분’ 덕택에 더 깨끗해 졌(... 뭐 그렇다고 하자...)다.
일단 복지는 없어도 돈은 준다.
이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고민을 해 봤는데, 길게 보자면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적어뒀다. 이곳에 있으면서 많은 복지혜택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연차 외에 리프레쉬 휴가라고 해서 별도 휴가가 있었는데 4년 치 돈 받고 사라졌다. 그리고 회사 고정 휴무일(설립기념일?) 도 있었는데 왔다 갔다가 하더니 돈 주고 사라졌다. 그 외에 각종 혜택들이 그냥 다 돈으로 퉁치고 사라졌다. 심지어 생기는 대부분의 복지가 돈에 관련된(기념일도 돈, 각종 돈에 관련된 혜택들만...) 것들이다. 복지가 좋은 회시가 더 좋다고는 하는데 당장 돈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는 이런 회사가 더 나을 수도 있다. 심지어 2018년과 2019년은 정말 돈으로 처바른(?) 한 해였는데 기본 보너스도 최고치에 추가로 보너스가 더 나와서 많은 사람들을 굉장히 기쁘게 했던 기억이 난다(솔직히 나도 많이 기뻤다) 물론 그렇게 받은 돈이 사라지는 건 정말 일순간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지만 복지보다는 돈을 더 먼저 주는 것을 좋아한다면 정말 최고의 선택이다.
불가능이라는 없다는 불굴의 의지를 심어준다.
이건 좋은 의미에서이다. 회사에서 배운 것 중에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배웠는데 정말 안될 것 같다고 생각되는 것도 의외로 다른 방법이 꽤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항상 불편했었는데 SET-UP업무를 하면서 하루에 전화를 50통 이상 받고 하다가 보니 이제는 전화하는 것도 두렵지 않고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도 전혀 두렵지 않게 되었다. 특히 완전히 새로운 일이거나 기존에 안되었던 것도 뭔가 부딪혀 보면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선배들의 갈굼과 고통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좀 더 가꿔나갈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뭐지...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난 이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야근을 미친 듯이 한 것은 초반만 그랬고 이후에는 나름 워라벨 자체가 극악이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리를 하며......
사실 어느 직장인이든 사내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보이게 된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처지를 비판하곤 하는데 안타깝게도 옆 회사도 그 옆 회사도 동일하게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물론 소위 꿀 빠는 부서가 없진 않지만 그럴 확률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서 그냥 객관적인 부분만 적어보려고 노력했다(장점에 제일 마지막 것은 제외..ㅋㅋㅋ) 최근 사무직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되면서 기술직 혹은 연구직은 굉장히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과연 우리는 불가능한가?라는 생각도 들긴 하는데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향후 미래에서는 분명 가능하게 될(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상황이 올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런 바이러스에 앞으로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래도... 재택근무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부럽다. 부러워. 나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