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반도체 엔지니어를 알아? (11)

배치되는 위치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기흥-화성-평택


최근 출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신입사원들이 많이 보인다. 신입사원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것들을 모아보자면

1.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해맑게 웃는다 - 회사에 찌든 사람들이 이렇게 웃을 리가 없지

2. 정장 혹은 세미 정장이다 - 공장 근로자가 왜 이런 걸 입겠는가

3. 검은색 목줄이다 - 조직 별로 각 목줄의 색깔이 다른데 검은색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사람들이 한다.

위 내용을 보자면 100%의 확률로 그 사람이 신입사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뭐 이런 거 아니더라도 그냥 딱 보면 ‘아 쟤는 신입사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어리숙해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기도 해서 그럴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런 시기를 겪고 이 자리에 있긴 하지만....




퇴근길에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는데 뒤에 신입사원 두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본의 아니게(?) 이야기를 좀 들어봤는데 보통 제조센터를 가장 ‘극혐’ 하지만 제조센터로 정해져서 온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체념을 한 상태에서 어느 라인을 갈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가장 많이 하던 이야기가

“어떻게 하면 평택을 가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것이었는데 내가 입사할 때는 어떻게 하면 ‘온양’을 가지 않을까가 관심사였기 때문에 사뭇 다르다는 느낌도 있긴 했지만 정말 평택 가는 것을 유배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한 번 적어본다. 일단 나의 경우 화성과 평택을 모두 근무한 이력이 있어서 조금은 비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사실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거나 분당, 과천, 안양 등 서울에 가까운 지역에서 출퇴근을 하는 인원들은 교대근무를 하지 않으면 기숙사를 주지도 않을뿐더러 매일 버스를 타고 다니는 생활을 해야 한다. 나 역시 지금도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어 항상 출근과 퇴근을 버스와 지하철 등을 활용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일어나는 것만 잘하면 중간에 회사 갈 때까지 꿀잠도 잘 수 있어서 정말 편하긴 하다. 회사 버스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이런 곳에도 회사 셔틀이 다니다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잘 되어 있긴 한데 사실 버스 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고역이긴 하다. 개인적으로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인생의 위기(?)를 느끼는데 버스가 한 대 뿐이니 놓치는 경우도 정말 가끔 있고(그래서 그냥 10분쯤 일찍 간다) 배가 아픈 경우 정말 난감한 경우가 왕왕 있다. 뭐 이런 거 아니면 버스 타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보통 서울 시내에서 화성이나 기흥으로 출근을 하면 아침 시간대에는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이 소요가 되고 평택의 경우 한 시간 십 분에서 이십 분 정도 소요가 된다. 처음에 화성이나 기흥을 내려갈 수 있는 마지노 선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신입사원 생각으로는 굉장한 손해(?)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는데 어차피 잠을 자면 되니 오히려 더 딥슬립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긴 하다. 그래서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이 된다(다만 버스 도착 시간이 더 늦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출근 시간 자체가 조금 늦어지는 경우는 있다)




공장.. 아니 캠퍼스라 지칭하는 그곳의 모습은 사실 화성 쪽이 좀 더 인간적(?) 이긴 한데 건물은 평택 쪽이 더 깨끗하고 최신이다. 물론 그냥 직육면체의 무식한 건물에 외벽 도색한 수준의 모습이긴 한데 외관이야 어차피 화성이나 평택이나 거기서 거기라서 크게 신경 안 써도 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어차피 제조센터에 온 이상! 주변 환경을 만끽하면서 다닌다던가 하는 일은 아마 없기 때문....(에휴) 편의시설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기존에 지어진 화성 쪽이 압도적으로 좋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사내 시설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다 들어오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딱히 걱정할 것은 없고 주변 인프라는 평택은 뭐 그냥 식당 말곤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그냥 시골...) 신도시가 진행 중이긴 한데 장기적으로는 오르긴 하겠지만 지금 당장 들어가서 살면 꽤나 불편을 겪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업무 환경은... 솔직히 부서 by 부서이긴 한데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보면 솔직히 평택 쪽이 월등히 힘들다. 대부분 신규라인이기도 하고 화성의 경우 이미 안정화가 모두 끝난 상태의 라인이기 때문에 많은 변화만 없다면 안정적이긴 하나 평택의 경우 일단 set-up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보통 신규라인의 경우 성격이 다소 강하신 분들이 진취적으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보통 직장이나 파트장, 그룹장들 이야기) 많이 빡빡하게 돌아간다. 그래서 평택으로 내려온 신입 사원들이 화성이나 기흥에서 일하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퇴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야근을 하지 않는 분위기는 같이 이어가고 있어서 화성이나 평택이나 모두 야근 자체는 적다(그런데 교대 근무 자체가 워라벨을 많이 방해하는 편이라 그런 이유에서도 퇴사를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




생각하기에는 평택이 아니라 만약에 공장이 분당이나 안양까지 올라오는 형태였다면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보통 서울에서 대학 혹은 집이 있는 사람들이 취직을 할 때 가장 먼저 우선시하는 것이 회사의 위치인데 공대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랄까? 서울 내에 근무지는 거의 뭐 없다고 볼 수 있고 그나마 가까운 곳이 부평이나 화성 수원 정도가 그 해당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에서 더 가까운 곳에 공장을 지으면 정말 많은 인재들이 가지 않을까 생각도 하지만 막상 수도권 중심부에 공장이 들어온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이 된다. 세계 경제의 무게추가 점차 제조업에서 IT업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위 ‘안정적인 직업’에 속하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과연 10년 뒤에도 이러한 안정적인 모습을 구가할 수 있을까? 화성에서 평택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 중심부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래서 신입사원들이 평택을 가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이 참 이해가 된다. 다 비슷해도 그냥 더 밑으로 내려가기 싫은 것이다. 당장 1분도 아까운 세상에서 20분 이상을 더 소모하라고 하는 것은 나도 그렇고 그들에게도 손해니 말이다.




지금 신입사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화성 하고 평택이 엄청 먼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생각보다는 큰 차이는 없다는 점과 어차피 신규라인은 이제 평택에서만 생길 테니 한 번은 내려와서 경험을 하긴 해야 한다는 점이다(굳이 장점을 들자면 말이다) 아직은 척박한 평택이지만 조금씩은 발전되고 있으며 고덕신도시도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되면 동탄과 같은 수준으로 생길 것이라 본다. 2007년에 완성된 동탄 1 신도시의 경우 아무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제는 동탄 1 신도시는 7억대, 동탄 2 신도시는 10억대 아파트가 즐비한 상황이 되었다. 평택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 미래를 보고 한 번 베팅해 보는 것은 어떨까?


PS: 근데 솔직히 내려가는 건 나도 좀 싫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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