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삶의 다양한 시선

by 강동희

한국소설의 힘이 더 와 닿은 작품이었다. 정확히 6-70년대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때의 다양한 생활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집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대부분의 소설 속에는 노동자들이 등장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 자체가 한 곳에 터를 잡고 삶을 정착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객지를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작가가 떠도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매력을 느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 소설에서 돈을 모아 전국 각지를 돌며 노상을 하겠다는 인물이 나오는 것을 보아 작가는 떠도는 삶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황석영 작가는 인물들의 내면에서 사건을 바라보거나 이야기를 흘려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벌이는 하나의 사건을 각각의 시선으로 담아내었다. 그러므로 하나의 단편소설 속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제각기 다른 생각의 종착지가 결국 하나의 결론이 담긴 하나의 사건으로 맺어졌다. 대표적으로 소설집의 제목이 된 작품인 '돼지꿈' 에는 집을 떠난 뒤 임신을 해서 돌아온 '미자'를 대하는 가족들과 마을 사람 한 명, 한 명의 시선들이 하나의 시선으로 모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탑'과 '객지' 속에서는 모두가 원하던 목적은 달성하지만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의미 없는 성공을 보여주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부당함에 대한 인식이 결국은 순간의 충동이나 자기 합리화에 의한 준비되지 않은 행동임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노동자의 곁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그의 이야기에는 고단한 삶의 피로가 글 속에 녹아있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의 삶은 고단하고 쉽지 않지만 그들의 삶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쉼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고 각자의 생각과 의지를 가진 행동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느낄 수 있는 떠돌이의 삶이 그저 흘러가버린 삶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나아간 삶임을 느끼게 해 준다.



돼지꿈

황석영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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