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을 무인도에 놓고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어린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인물 하나하나와 등장하는 모든 장소와 물건들이 상징성을 갖고 있으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던 것들이라도 자연스럽게 의미가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구조와 생존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인해 사건이 치닫게 되는 순간에는 어린아이들 본연의 모습으로 가장 순수한 어둠과 나쁜 마음이 보인다.
'랄프'는 선한 리더의 모습으로, '돼지'는 안경(문명)을 지닌 지식인으로, 아이들의 공포의 원인을 밝혀낸 채 죽음에 이른 '사이먼'은 순교자이자 예언가의 모습이다. '랄프'와 대립하는 '잭'은 얼굴에 칠을 하며 인간의 모습은 버리고 야만인으로써 진정한 악의 모습으로 거듭난다.
이야기는 아이들만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지옥의 모습으로 전락하며 혼란의 세계를 보여준다. 처음 규칙과 희망에 찬 모습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상인 '구조'의 희망이 멀어지자 점차 어두워지는데 이는 위기와 혼란 속에서 변화하는 다양한 인간의 내면의 세계를 어린아이들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의 모습으로 끔찍한 이야기의 전개는 끔찍하다. 모든 일이 일상적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포장되었지만 그것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이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파리대왕 (Lord of the Flies)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
2019.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