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기대

일상

by 강동희

헛된 우연을 꿈꾸며 작은 여정에 나선다. 처음 나서는 길도 아니고 너무 익숙한 길을 지나며 설레는 마음은 가질 수 없는 일상적인 여정. 특별한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한대도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되지도 않는 기대감에 나는 자신에게 작게 실망한다. '인생은 영화 같다'는 비유를 자주 들어봤지만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을 뿐이다.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는 장소, 시간, 날씨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다르지만 분명한 건 나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작은 노력으로 나선 길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특별해야만 하는 걸까. 언제나 피어오르는 욕구,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 가리란 예상, 결국 오늘도 욕심으로 그친 하루. 마음 한 편의 기대감에 다시 한번 실망하며 죄책감이 생긴다. 또다시 찾아오는 허무. 빈 공간을 채워봐도 굶주려 허기진 배를 채워봐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가 가득하다. 결국 같은 마음의 반복, 반복, 반복. 끊어지지 않는 욕심의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숙한 나. 그저 살아지는 것이 삶이라 생각해버리고 만다. 세상의 수많은 특별함을 동경하거나 꿈꾸는 것이 아닌 그저 질투와 시기, 그리고 외면. 세상과 벽을 세우고는 또다시 내 안에 갇혀버린다. 아무리 깨버리려 해도 깨지지 않는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잔뜩 움츠러드는 게 도무지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한 없이 쪼그라들고 구겨져 버린 마음이다. 남들에겐 하찮아 보일 이 마음을 들키고 싶지는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할수록 더 초라해진다. 이미 들켜버린 것 같다. 숨어버리고 싶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벗어난다고, 도망친다고 한들 나아질까. 결국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제 자리다.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지 않는 순환 열차처럼 반복한다. 굴레에 갇힌 나를 숨 막히게 하는 시간들을 움켜쥔 채 놓지 못한다. 우연을 기대하며 나선 여정에 돌아오는 건 결국 나에 대한 또 한 번의 실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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