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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Apr 10. 2022

어쩔티비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 홀로 운전해서 가고 있는 나는 주눅 들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로에서 머릿속 생각들이 엄청나게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왜 그랬어?”

“또 사람들을 의식하는 거야?”

“뒷감당은 할 수 있겠니?”     


쏟아지는 질문들은 매우 날카롭고 내 마음을 후벼 팠다.

직장에서 추진하는 업무가 불안하거나 책임이 무거울 때는 질문들을 쏟아내고 꼬리를 물어 결국 자기 비하를 하게 만든다. 이럴 때는 마음을 편안히 해 보려고 배웠던 상담이나 읽었던 책의 내용들도 공격용으로 바뀐다.      

“왜곡된 사고를 아직도 하고 있니?”

“야! 자의식이 너무 과해서 생긴 일이야!. 그만해야 돼”


 몇 달 전 퇴근길에서 스스로가 던진 비난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탐탁지 않은 태도와 표정, 불만들을 마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움직임이 많았던 수업 활동들이 우리 학교 학생 확진자 수가 많아진 원인인 듯 느껴져 조마조마한 상태였다. 조그만 차 안에서 공격하는 ‘나’와 그에 맞서 방어하는 ‘나’로 분열된 경험을 한 후 충격을 받았다. 내 안의 소리치는 많은 생각들이 제각각 튀어나와 극한으로 치달았다. 심연에서 말하고 있는 진짜 ‘나’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심각성을 느끼며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목소리를 없애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다음과 같이 노력하고 있다.     


첫째, 운동에 몰두하기로 했다. 나는 10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스피닝, 에어로빅, 헬스, 필라테스, 마라톤 등. 잠이 오지 않아 몸을 피곤하게 해서 숙면을 취하려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몸에 상태를 천천히 바라보는 운동을 하며 집중하는데 더 신경 쓴다. 그 시간 동안은 휴대폰도 가져가지 않고 오로지 운동에만 몰두하며 잡스러운 말들을 끊어낸다.      


둘째, 자기 계발서나 심리서 등을 멀리하기로 했다. 나는 자기 계발서를 무척 좋아한다. 시간관리법, 미라클 모닝,  습관의 힘 등등. 이런 책들을 읽으면 부족한 점을 채워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심리를 풀이하는 책을 읽고, 상담교사 자격증까지 도전하면서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부분을 알고자 했다. 에니어그램, MBTI 등을 통해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를 멈추기로 했다. 책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의 목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아 위장술이 되고 말았다. 자꾸 남에게 근사하게 보이려는 포장술과 가면으로 변모하는 것 같아 멈추기로 했다.      


셋째, 글을 쓰는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주로 가벼운 일상을 써놓는다. 그리고 깊이 생각한 주제는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내 생각을 하나씩 풀어쓰다 보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써왔던 글들을 보면서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또 망상처럼 떠오르는 생각들을 구분하며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넷째, 부캐를 사랑하며 즐기기로 했다. 솔향기라는 나의 부캐가 좋다. 아직은 글만 쓰고 있지만,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SNS에서 맘껏 멋진 포즈로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고, 블로그에서 다양한 이웃들을 살펴보기도 하고, 브런치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에 공감하며 활동한다. 자칫 조심스러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부캐를 통해 꺼내며 보여주는 것은 숨기고 싶은 어두운 부분마저도 받아들이게 해 나를 건강하게 한다.           


그러나 이도 저도 다 통하지 않을 땐 자포자기로 "어쩔 티비!"라고 외친다.

침대에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데도 생각들의 공격에 뒤척였다. 직장에서 타인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스멀스멀 공격의 태세가 느껴지는 나에게 외쳤다. 포기하자. 노력해도 안 되고, 이 나이에도 어려운 거라면 인정해 버리자.


 "어쩌라고! 어쩔 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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