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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Apr 24. 2022

기다려라! 1학년!

올해 나는 중학교 1학년 부장이다. 3월부터 전면 등교를 맞이하여 학생들 적응 프로그램 등을 준비해 한 껏 기대감으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아이들이 요구하고,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나름 준비를 하고 새 학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요즘 나는 준비했던 교육 활동과 계획이 제대로 되고 있나 싶을 정도로 혼란에 빠졌다. 예상보다도 고강도의 돌발상황과 돌출 행동들 지도에 진땀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에 대한 기초 생활 규칙을 안내하고, 학생들과 토의를 진행했지만, 쉬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카오스 상태가 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      


긴 복도를 육상 레이스 코스로 여기고 전력 질주하기

천장 높이 매달려 있는 비상 등을 높이 뛰어 건드리기

지나가는 친구 어깨 빵 하거나 치고 도망가기

몸을 구부리고 있는 친구 밀고 장난치기

화장실 문 열고 닫기 놀이하기

각양각색의 동물소리(예를 들면, 까마귀, 원숭이 소리) 내며 다니기

교실 바닥에 눕혀서 간지럽히기

다른 반 교실 가서 휘젓고 다니기

무리 지어 어깨동무하고 복도 길 막기

친구 목 잡고 올라타기

바지 벗기기 놀이

게임 캐릭터 흉내 내며 책상 차기 등등

   

늘어놓기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런 행동이 지금 중 1 교실과 복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력 있는 선생님들도 혀를 찰 정도라 '참 유별난 1학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것이 학년부장인 나의 문제인가 싶어 자격지심을 가질 때도 있다. 그래서 부담감과 책임감을 한껏 안고 과잉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한 명씩 불러 상담하며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친구들 틈에 돌아가면 아이들은 원점의 상태가 되는 바람에 3,4월 동안 아이들 생활교육에 정신 못 차리고 있다.  교육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여러 책을 읽고 공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면 등교 후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유치한 놀이와 장난하는 덩치 큰 아이들을 보면서 생활교육의 어려움은 더해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해 나는 2가지에 관심을 가졌다. 하나는 학력 격차의 보완이었고, 다른 하나는 에듀테크 활용에 대해서이다. 언론이나 많은 교육 통계 보고서 자료를 보며 ‘학력 격차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 있었다. 경제적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결국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연결고리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 구비된 최첨단 장비를 어떻게 활용하여 수업에 접목할까도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였다.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교육활동을 하면 미래교육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고민은 너무 거대 담론이었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왔다. 학력 격차, 에듀 테크와 같은 담론은 아이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삶에서는 또래 친구가 중요하고 그간 목말랐던 '관계'를 채우는 것이 더 우선순위다.

     

 아이들의 다양한 과잉행동들은 또래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다양한 행동방식이다. 동물 소리를 내는 아이는 불안함이 느껴질 때 혹은 흥분할 때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소리라 했다. 다양한 신체 접촉들 어깨 치기, 머리 치기, 간지럼 등은 접촉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행동이다.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서슴없이 장난을 거는 아이들은 친구가 많기를 소망하는 아이들의 돌발적 행동이며, 뛰어다니기, 높이 뛰기 등을 하는 아이들은 신체 활동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


 며칠 전 뉴스 기사를 보다가 아이들의 충동적인 과잉행동이 불규칙성과 관련이 깊다는 내용을 보았다. '자아 기능(ego function)’은 기본적인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말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국에서 개인 간 거리 두기 분위기 속에 스마트 폰이나, 게임으로 혼자 노는 아이들이 많았다. 돌봄 체계가 잘 갖춰진 가정 내에서는 규칙적인 생활로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아이들은 방치되기 쉬웠을 것이다. 기사를 읽고 나니 학교 아이들의 다양한 상황이 연결되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살펴보는 것과 또래 친구들만이 줄 수 있는 행복감을 평화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3,4월 동안 만 보 이상을 걸어 다니며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노구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은 퉁퉁 부었고 짜증스러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니 더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새로이 하고 규칙 지키기와 규칙적인 생활을 잘 할수 있도록 잔소리를 부지런히 하리라 다짐한다. ‘학생들은 교사의 잔소리로 성장한다!’는 교직계의 명언을 상기하며, 어딘가에 방치한 고성능 마이크를 꺼내면서 자신감을 가져본다.

 

 "기다려라! 1학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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