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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Jul 22. 2022

'I'의 회식

한 학기가 끝났다. 

드디어 2년 만에 전체 회식을 하였다. 방학식을 하루 앞두고 고깃집에서 회식한다는 공지를 받았다. 

학년 사무실 5명 중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2명. 

밀린 업무와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한다고 불참 의사를 밝힌 선생님을 안타까워 했지만 나는 맛난 음식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나는 음식에 정말 진심이다. )

우리 학교 회식 분위기는 강요가 없고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매우 다른데 지금의 관리자는 허용적이고 민주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참자를 부담스럽게 하여 결국은 참석하게 만드는 교감 선생님이 존재했었다. 그 덕에 늘 100%의 참석률을 자랑했다는 전설이 우리 학교에 떠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직 사회 회식문화도 상급자의 태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코로나 이후 전체 회식이라 너무 새로웠다. 

평소 소심한 ‘나’지만 고기 향이 온몸에 밴 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하면서 도와주고 고생한 동료 선생님을 격려하며 마음을 나누고 싶어 평소에 하지 않던 과한 행동을 한 것이다.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든, 친목 도모이든 그러한 틀에 상관치 않고 그냥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같이 모여 음식을 먹는 행위에서 느껴지는 동질감을 기반 삼아 슬쩍 서운했던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놓고 말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꽁했던 마음을 풀기도 하고, 상처 주었던 말에 대해 사과도 하면서 말이다.


 2차 모임을 지원한다는 상조회장의 말을 듣고 슬쩍 둘러본다. 젊은 선생님들의 얼굴이 유난히도 붉다. 20대 후반의 젊은 선생님이 아쉬웠는지 ‘한 잔을 더하겠노라’고 큰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모으는데 술을 못하는 나는 낄 자리가 아닌 듯싶었다. 


 낄낄 빠빠!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어울리는 것도 잘해야 하지만 낄낄 빠빠를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눈치 없이 참여해 어색하고 불편함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젊다고(?) 생각했기에 20,30대 선생님들 자리에 슬쩍 함께해 실수를 자주 범했다. 

 웃자고 한 유머에 얼음이 되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조언을 한답시고 ‘라떼는 말이야’ 썰을 풀어놓을 때가 많았다. 반대로 젊은 선생님들이 쓰는 단어들, 예를 들어 ‘밈’이라던가 ‘네카라쿠배당토’나 ‘삼귀다’ 같은 말을 이해 못 해 '잠깐만!'을 외치며 물어보거나 검색을 하면서 흐름을 깨고, 그들의 과감하고 개방된 문화에 외계인과 조우한 듯 당황한 적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스스로가 주책맞다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맘 편하게 수다를 떨고 싶어 내 또래의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자 했다. 차를 마시며 ‘~라떼는’을 말하며 과거 이야기를 쏟아내고 한 참 웃었다. 우리끼리만 아는, 그리고 겪어왔던 과거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한 시대를 살아온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실컷 웃고 떠들며 ‘고생했어요’란 말에 마음을 담아 등을 두드리며 동료에게 다시 건넸다. 업무 메신저로 보낸 글자에서는 느끼지 못한 뭉클함이 더해졌다.      


포모(Fear Of Mission Out: 사회와 단절되고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족과  조모(Joy Of Missing Out: 스스로를 고립시켜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족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코로나 이후 조모족이 부쩍 늘어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내용이 주였다. 조모족은 ‘힐링’을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며 돌아보는 시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당시 기사를 읽으며 많은 부분 동의했고 내 마음속 평화와 힐링에 대해 실천해 보기로 했다. 혼자 책을 읽고 음미하고, 조용히 명상하며 생각을 다지고, 좋을 글귀를 필사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참 알차다고 느꼈다.

하지만 회식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벅차오름을 느낀다. 사람들과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고 알아가는 시간과 공간에서 얻는 만족감에 기분이 참 좋았다.  

    

‘나는 분명 MBTI로 보면 I임이 틀림없는데... ’

만남에서 주고받는 긍정의 에너지를 느끼며 스스로 의아했다.  

   

아무래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를 E로 변형시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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