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부재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
이 책을 왜 사게 된 건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재밌게 읽었던 ‘백의 그림자’ 작가의 소설이라는 건 되게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이제 황정은 작가의 이름은 잊지 않을 것 같다.
출퇴근 길에 틈틈이 읽는데 내용이 너무 암울하고 우울해서 속도가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거의 한 달을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다 읽고 나니까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암울하게 고통스러운 현실. 모든 단편마다 상실이나 부재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가까웠던 친구 중 한 명을 갑작스럽게 잃었던 나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신기한 건 그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뭔가 치유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건데.. 언젠가 이 감정을 잘 풀어서 써보고 싶다.
실린 단편들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웃는 남자’ 이 소설은 최근 ‘디디의 우산’이라는 제목으로 좀 더 긴 버전의 책이 나왔다고 한다. 제일 마음에 들었고 디디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 그 책을 사서 읽을 예정이다.
읽는 내내 하나도 재밌지 않았고 다 읽은 후에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이상하게 책 제일 앞장을 넘겨서 단편들의 제목들을 하나하나 다시 보며 그 속의 인물들을 떠올리니까 심장이 조금 아릿하거나 떨려온다. 그들이 나에게 뭔가를 남겼는데 둔해서 아직 눈치를 못 채고 있는 느낌이랄까. 조만간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