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우리 가족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산다.
아무도 없는 낯선 이곳.
여기는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펜실베이니아 클락스미스라는 작은 동네이다.
이곳에서 나는 13살 12살 그리고 6살 아들 셋과
15년을 함께 하고 있는 남편까지
남자 넷과 함께 하루하루를 우당탕 정신없게 살아가고 있다.
남편의 미국지사 발령으로 우리는 이곳에 오게 되었고 이곳의 생활은 막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신혼 때 아주 잠깐 미국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미국 동부 뉴저지 큰 도시였고, 한국 커뮤니티가 아주 잘 형성된 곳이어서,
미국에 살고 있지만 영어를 많이 쓰지 않아도 소통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고 미국에 살면서도 햄버거보다 코리아 BBQ를 더 많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인구의 1% 정도가 한국사람이고, 백인이 90% 흑인이 2% 아시아( 중국, 인도, 등등) 8%로 형성된
이곳에서 우리는 낯선 사람들이었고 가는 곳곳마다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궁금한 눈초리로 우리 가족을 힐끗힐끗 보았고,
그 시선이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었지만
혹시 인종차별이 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긴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걱정 반 기대 반 반반을 안고
아는 사람이라곤 회사 거래처 사장 네(미국인) 밖에
없는 이곳에서 더욱 가족애로 똘똘 뭉쳐
매일을 어려운 숙제 같은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적응해 오고 있다.
이곳에서의 첫 계절은 여름이었다.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파랫으며, 커다란 나무들이 집집들을 감싸고 있고, 나무들은 푸른 잎으로 가득 채워져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로 가득한 백 야드에 가끔 찾아오는 사슴들을 보고 놀라고 신기해했다.
그때 알았다 이곳 미국 북동부에는 사슴이 아주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가을이 되니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빨간색 노란색 색색들이 물든 단풍은
어디를 지나든 모든 길들을 아름다움으로 담아낼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냥 이쁘고 아름다운 단풍들을 감상하기 바빴었다.
얼마 후 가을이 끝날 때쯤 알았다.
이 많은 단풍들이 떨어지면 단풍들을 모두 쓸어 담고 치워야 한다는 것을...
치워도 치워도 다시 떨어지고 바람을 타고 또 날아온 단풍을 또 치우고 치워야 한다는 것을..
생각보다 겨울은 빨리 찾아왔다. 이곳은 사계절을 담고 있지만 유독 겨울이 길고 추운 곳이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스키장이 있으니...
우리나라 강원도를 떠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이 되자 새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을 나는 이곳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눈이 쌓이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눈사람도 만들고 썰매도 타며 겨울을 즐겼지만
남편과 나는 이 많은 눈을 어떻게 치워야 하나.. 막막했다.
미국은 자기 집 앞, 집 드라이브 길까지 집 소유자가
눈을 치워야 했고, 눈을 제때 치우지 않을 시 눈으로 인해,
우리 집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고가 났을 땐 보상을 해야 하는 법이 있다.
우리는 눈이 내릴 때마다 눈을 치워야만 했다
그래서 서둘러 눈을 치울 삽을 구매했다.
예전에 어느 프로에서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한 출연자가 눈 치우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이야기한 것이 생각났다.
그 힘들다는 걸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이 겨울에 삽으로 눈을 치우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게 될 줄은 상상 못 했던 일이다.
11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12월 1월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의 삽질은 백기를 들었다.
삽질만으로 이곳에서의 눈과의 전쟁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았으며, 겨울을 버틸 수 없었다.
우리는 이웃의 도움으로 눈 치우는 기계를 구입했다.
내가 150만 원이 넘는 눈 치우는 기게를 사게 될 줄이야..
그리고 또 하나, 사슴이 많이 살고 있는 이곳에 겨울이 찾아오고 눈이 내리니 사슴들은 먹을 것을 찾지 못해.
가끔씩 내가 던져주던 빵과 사과맛을 기억하고 우리 집 백 야드를 하루에 한 번씩 찾아왔다.
한 두 마리가 오겠지 생각하겠지만.. 다섯 마리는 기본이고 열두 마리까지 함께 온 적이 있었다.
우리 다섯 식구, 식성 좋은 아들만 셋! 우리 집 식비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살림인데
그렇다고 먹을 것이 없어 찾아오는 착하디 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슴들을 못 본 척할 수도 없었다.
나는 겨울 동안 생각지도 못한 사슴 식구들 덕에 장보는 횟수도 늘어났고 식비 지출도 더 늘어만 갔다.
그렇게 첫 회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고 있던 눈이
따뜻한 햇살에 사르르 녹고
푸릇푸릇 새싹 잔디들이 얼굴을 내밀며
따뜻한 햇살과 바람 덕에 겨울에 얼어있던 내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고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겨울 잠자던 토끼며 다람쥐들이 백 야드를 뛰어다니고 알록달록한 꽃 들도 피어
모든 게 평화로울 줄 알았는데.. 이번엔 잡초다!
이쁜 잔디들 사이사이에 아주 쑥쑥 자라나는 잡초들을 뽑고 뽑아야 했다.
바람 타고 날아온 민들레 씨앗에 노란 민들레 꽃들도 네이크 로버를 찾던 풀밭에 가득한 토끼풀들도
여기선 그냥 다 잡초다!
다 내가 뽑아야 한다. 아니 돈을 지불하면 잡초를 제거해주는 사람들을 살 수 있지만,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가격이어서 나는 겨울에 삽을 샀듯 이번에 잡초를 뽑는 호미를 샀고 잔디 사이에서 자리 잡은 잡초를 뿌리째 뽑기 시작했다.
내가 상상하던 미국의 삶이란 아름다운 생활공간에서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며
백 야드에 앉아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좋아하는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것이었는데..
그런 삶을 즐기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 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 했었으니...
이 먼 타국에서 집을 짓고 태어나 처음 하우스 생활을 하며 모든 것들이 처음이고 어렵고 힘든 숙제들이 가득한 이곳! 펜실베이니아 클락스미스에 우당탕 우리 가족이 산다.
이제부터 나는 우리 가족의 미국 생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