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3.)
"지난 주말에 금요일 감자 캐어 가져 간 거 집에서 먹었어요?"
"네, 먹었어요. 우리 집에서는 카레로 해 먹었어요."
"우리 집에서는 찜 쩌서 먹었는데 맛이 기억이 안 나요."
"설탕 찍어 먹었어요. 아님 소금?"
"아무 것도 찍지 않고 먹었는데요?"
"나는요, 어제 밤에 가방에서 꺼내서 못 먹었어요."
"우리 아빠는 감자탕 해 먹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지난 주말 약속을 지킨 감자로 어떻게 해 먹었는지를 묻자 다들 신나게 이야기 한다. 아직 먹지 않은 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챙겨 먹고 온 모양이었다. 조각낸 감자를 심어 풍성한 수확을 거둔 감자로 집에서 해 먹고 오기까지 아이들에게 첫 결과물인 '감자'에 대한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 있길 바랐다. 오늘 아침에는 '땅속 신기한 세상'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연히 걷다가 넘어져 땅 속 세상에 발을 디딘 한 사람이 다시 땅 위로 올라왔을때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나왔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재미있어 한다. 정말 이야기에는 아이들을 끌어 당기는 힘이 분명히 있다.
오늘 첫 시간은 지난 주부터 시작한 '어린이 시 따라쓰기'. 오늘은 '봄'이라는 시와 '제비꽃'이라는 어린이 시를 읊고 따라 쓰고 공책에 자기 글씨로 옮겨 쓰기까지 해 보게 했다. 서툴지만, 아이들 글씨가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보니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낱말과 문장, 시까지 익히게 하면서도 글씨까지 좋게 만드는 교재를 한꺼번에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 따로 가르치게 되면 시간도 들 뿐더러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방학 때 구상하고 2학기 때 실험 좀 해보고 내년 겨울 쯤에는 썩 꽨찮은 교재를 또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침표를 쓰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공책에 표기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는데, 다음주에 문장부호를 익히게 되면 좀 더 자연스럽게 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4교시에는 뺄셈을 배우는 시간. 마침내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뺄셈으로 넘어왔다. 더하기 빼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1학년. 덧셈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작활동과 놀이로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도 빼기 기호를 알게 하면서도 순서대로 빼는 개념과 견주어 빼는 개념을 익혀 보았다. 하지만 수학 감각이 다소 부족한 아이들이 견주어 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꾸 벌어졌다. 조작물을 가져가 연습을 하고 교과서에 있는 문제로 다시 확인하여 풀고 했는데도 틀리는 지점이 꼭 있다. 내일은 이 부분을 좀 더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을 시켜야 할 것 같았다. 내일은 수직선에서 덧셈과 뺄셈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게 하고 놀이로 수준차를 아우르는 수업을 구성하여 보려 한다.
아, 점심시간을 끝내고 일기를 쓰고 나니 방과후시간. 방과후에 가지 않는, 아직 글을 원활하게 익히지 못한 아이가 내 앞에 앉아 있다. 여럿이 있는 때는 자신감이 없어 하지만, 단 둘이 있을 때는 꽤나 용기를 낸다. 지난 주말에 이런 저런 일로 힘을 나도 뺐는데, 오늘은 저 아이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며 나도 힘을 좀 내려 했다.
"00야, 이리 와 볼래?"
"네."
"이거 책 발자국 '의지'편 읽어보자."
"....."
"야, 이제 잘 읽네. 거봐 자꾸 보고 읽고 하니까 되잖아."
"네!"
"이제 '마트'편도 읽어 볼까?"
"...."
"야, 잘 하네. 근데 아이스크림은 좀 더 빠르게 읽어보자."
"아..이..스..크..리"
"빨리 안 되나 보네. 선생님 따라 해 봐. 아이스크림."
"아이스..림'
"하하. 좀 더 천천히 연습해 보자. 자, 이제 '집'편을 읽어볼까?"
"네!"
"선생님, 교무실 다녀올 때까지 읽어 보고 있을래?"
"네."
00는 아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오늘 교육부에서 느린 학습과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 실태 조사하는 요청 공문을 받아 해당없음으로 처리했다. 우리 00는 아직 더 지켜 보려 한다. 섣불리 진단하여 아이를 재단하지 않고 싶었다. 00야,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힘내. 너에게도 나에게도 힘이 되어 주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