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4.)
어제 **어머니가 **가 학교에서 읽고 쓰고 외우는 시를 밤 늦게까지 노래한다는 댓글을 보면서 큭큭 웃었다. 1학년 아이들 보면 어떤 아이들은 한 없이 자유로워하고 어떤 아이들은 마냥 노는 게 좋고, 어떤 아이들은 뭣이든 욕심과 애를 쓰며 성취욕을 부리는 아이가 있다. 각자의 기질이 있는 것인데, 공교육이라는 곳이 아니 대안교육조차도 모든 아이들을 너른 품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릇이 작다. 지난 주 금요일 전국모 연구위원회 회의 때문에 줌으로 타지역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한숨 섞인 말들을 들었다.
학생이 주인이 되는 학교가 아니라 그 외 주체들이 주인으로 등장해 이상한 학교로 변질되는 문제와 12년째 공모교장으로 혁신학교를 두루 돌며 실천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학교 현실, 갈수록 악화일로로 학교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 분도 있었다. 오늘을 사는 이 시대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야기들 때문에 힘들이 빠져 있었다. 지난 30년을 참으로 열심히 살아온 분들인데...우리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면...정말 희망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오늘 학교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고 즐겁고 나만 보면 웃어준다. 학교 안팎이 힘든 일 투성인데도 이 아이들 때문에 잠시 잊고 하루와 일 년을 보내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물이 나오지 않아 생수병을 가지고 와서 포트에 부어서 차를 대접했다. 그렇게 첫 시간은 <어린이 시 따라쓰기>. 지금까지 배운 것을 외워 읊고 가는데, 정말 이 수업은 잘한 것 같았다. 1학년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동시보다는 어린이 시가 더 맞는 것 같았다. 낭송하는 아이들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이쁘던지. 나중에 어린이 시 낭송회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도 두 가지 시로 읊고 따라쓰고 공책에 옮겨 쓰기도 해 봤는데, 두 번째 배운 시 '비'가 제일로 맘에 들었다. 부산 강동초 1학년 아이가 쓴 시였다. 아이들은 자신들이랑 같은 학년인 1학년이 썼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며 친근감을 보였다. 너희들도 곧 이런 시를 써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씨가 조금씩 나아지는 게 신기하다. 아이들이 정성껏 써주는 만큼 글씨가 달라지는 아이들이 보인다. 2학년 올라 가기 전 정말 글씨가 바른 아이들로 자라길 바라고 있다. 조만간 어휘랑, 문장이랑, 맞춤법이랑, 모두를 아우르는 교재를 구상해 보려 한다. 이 아이들이 큰 도움이 돼 줄 것 같았다.
비 | 서한솔
바람이 살랑살랑 참 시원해요.
꽃이 방긋방긋 웃어요.
비가 맛있어서 그런 거예요.
이렇게 순탄하게 오늘 하루를 마감할 것 같았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수학시간에서 덜컥 걸렸다. 00이 덧셈과 뺄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꾸 반복해서 틀리자 참다 못한 내 목소리도 커지면서 다그치기 시작했다. 안 그래야 하는데, 방금 한 것을 알았다 싶은데 반복해서 틀리는 모습에 그만 목소리는 커지고 결국에는 녀석의 얼굴에 눈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흐르게 했다. 내내 맘이 아프고 신경이 쓰여 이내 달래고 점심 시간에는 바깥에 둘이 같이 가서 데이트(?)도 하면서 풀어주었다. 내가 잘 못 가르쳤으면서 아이 탓하고만 못난 내 잘못을 용서해주길 바라면서. 다행히도 00는 나보다 훨씬 너른 품으로 나를 안아주었다. 나중에 다시 확인하며 가르쳐주었는데, 역시나 정답과 오답을 오가며 여전히 헷갈려 하는 중이다. 하지만, 집중하여 방법을 안내해 준대로 하면 분명 잘 해내었다. 그게 오래 가지 못할 뿐. 앞으로 이점에 유의하여 00와 만나려 한다. 못난 선생 받아준 00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함을 전했다. 씩 웃으며 뭘 그러냐며 괜찮다는 녀석의 표정에 내가 그만 녹아 버렸다.
오늘 한 녀석만 울린 게 아니다. 우리반 또 다른 녀석이 내 말을 잘못들어 욕을 하듯이 말을 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더니 자기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 억울해 하면서 우는 것이다. 나는 정당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하고 자기는 억울하다고 울어버리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돼 버렸다. 본질은 어디가 가고 우는 것으로 다른 상황과 조건이 된 것이다. 나중에 녀석은 나한테 사과를 하고 나는 쿨해졌으면 한다는 말로 넘어갔다. 자주 눈물을 보이는 아이라서 그러려니 하는데, 오늘 어쩌다 아이 둘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아이들에게 꼰대 소리를 안 들을 수는 없는데, 그럴 때마다 속상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데, 소신이 꼰대로 변질되는 것이 마땅치 않아 그렇게 그렇게 넘기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이제 내가 교직을 떠날 때가 됐다는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꾸 든다. 그래도 아는 녀석은 아는 것인지, 지난 주말 작년 보호자 분 중의 한 분이 아이 작품 자신을 보내면서 선생님의 노력을 아이들이 알기는 아는가 보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시기도 했다.
30년 넘게 애들 하고 지내며 살아 왔지만, 그래도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난 모자라고 못난 선생이다. 그저 열심히 사는 것으로 양해 받고 용서 받고 살아왔다는 생각만 든다. 오늘 수학 수업은 덧셈빙고 뻴셈빙고로 재미있게 보냈다. 그리고는 교과서 수학문제를 해결하면서 일단 완결을 지었다. 다음 수학시간에는 전체적인 평가를 다시 하고 놀이를 하나 더하면서 개념을 다시 확인한 다음 덧셈과 뺄셈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교과서 문제 푼 것을 보니 아이들이 기본적인 셈은 터득했지만, 응용하여 이해하여 개념화되는 것까지는 좀 더 경험이 많이 쌓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뭐 지금 쌓이지 못한다고 큰 일은 없겠다만. 학교에서 제대로 채워주지 못하고 넘기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살피고 또 살필 수밖에 없다. 에휴,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나는 좀 언제 나아지려나' 하는 해묵은 질문들만 자꾸 되네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제 1학기도 3주도 안 남았다. 마무리를 잘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정신 바짝 차리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