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7.)
이제 겹받침 사전을 마무리 지을 때가 왔다. '밟다, 훑다, 싫다, 잃다'를 익히는 것으로 기나긴 겹받침 사전도 끝을 냈다. 사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 나는 대로 두고두고 살펴보게 해서 자연스럽게 겹받침에 대한 적응을 높이고자 했다. 이어진 수업은 한 글자로 된 낱자카드로 낱말 찾기 놀이였다. 이 낱자카드는 3년 전에 교육청 파견을 나갔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만든 거였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카드.
코로나가 닥쳐 학교에 아이들이 제 때 오지 못해 학교에서 이래저래 아이들이 올 때를 기다려 이것저것 만들어 놓기 시작했는데, 그때 만든 낱자카드였다. 일주일에 걸쳐 틈나는 대로 인쇄해서 붙이고 오리고 덧붙이는 일을 하면서 무척이나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이 낱자카드로 즐겁게 낱말놀이를 하며 즐길 때는 큰 보람도 느끼곤 했다. 오늘 우리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두 낱말, 세 낱말로 된 낱말 찾기, 동물이름 낱말 찾기, 선생님이 부르는 낱말 찾기 등 아이들은 서로 팀을 나누어 신나게 낱말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른채 중간놀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은 이 활동에 집중하며 낱말놀이를 즐겼다. 나중에 수업이 끝난 뒤에도 칠판에 붙여 둔 글자를 보며 밥을 먹으며 숨은 낱말을 찾아 소리쳐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고 어떤 아이들은 끝말 잇기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즐기기도 했다. 놀이는 아이들을 절로 배움의 길로 안내하는 힘이 있다.
3-4교시에는 '어린이 시 따라쓰기' 한 편을 해 보았다. 오늘은 유치원 어린이가 쓴 라는 것에 아이들이 놀란다. 그냥 엄마랑 대화를 나눈 걸 그대로 옮겨 쓴 '마주이야기 시'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은 이 시를 보고 재미있어 하고 큭큭 웃는다.
엄마, 웃으면서 자 | 서울 ** 유치원 000
엄마, 웃으면서 자.
잠 자는데 어떻게 웃어?
그래도 웃고 자.
그래야지 얼굴이 안 찌그러져.
다음으로는 부채만들기 시간. 아이들과 부채 만들기 전에 이제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된 이수지의 작품 <여름이 온다>를 보여주었다. 이수지 특유의 선 그림이 주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 비발디의 사계 1악장, 2악장, 3악장과 함께 읽는 그림책. 우리 반 한 아이는 "아무렇게나 그린 것 같은데, 멋지게 보여요."라고 표현해 주었다. 정말 아무렇게나 그린 건 아닌데, 아이들은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음악에 맞춰 연주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물로 놀이를 하는 풍경을 비발디의 사계 음약에 맞춰 마치 그림책이 춤을 추듯 지나가는 그림을 아이들과 나는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는 이 감정을 담아 부채에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물론 여름풍경으로. 이수지처럼 멋진 작품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은 사계 음악에 맞춰 자신만의 작품을 그려 나갔다. 그러고 보니 정말 여름이 왔다. 여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