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0.)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린단다. 월화수목금토일월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본격적인 장말를 알린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은 흐리고 지금은 해가 반짝 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교실로 들어온 아이들에게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아빠 캠프이야기를 물었다. 다들 즐거웠고 재밌었고 1박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전한다. 물 속에서 지렁이를 발견한 이야기, 자기 바지가 물 때문에 부풀어졌다는 이야기, 미끄럼 타며 재밌었던 이야기, 아파도 가서 놀았던 이야기까지 아이들의 입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참 행복하게 크는 아이들. 하긴 나도 행복하긴 했다.
지금처럼 학원을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만들었던 놀이로 이리로 저리로 뛰어다니며 놀며 해가 질무렵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가 놀아주지 않았는데도 나는 행복했다. 만약 내 아이를 어느 시절로 보내겠냐 누가 묻는다면 나는 내 어린 시절로 보내고 싶다 할 것이다. 부모가 같이 안 놀아줘도 알아서 놀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있었던 시절. 친구들과 언제든지 모여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할 수 있었던 시절, 다방구와 오징어놀이, 자치기 등 뭐든 할 수 있었던 시절. 행복으로 따지면 그 시절이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위안해 본다.
첫 시간은 <어린이 시 따라 쓰기>로 열었다. 엄마와 아빠 관련 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읊고 시를 따라 쓰고 외우고 하였다. 1학년 아이가 엄마를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구절에서 아이들이 마구 웃는다. 아빠가 천둥소리를 내며 코를 곤다는 구절에서 우리 아빠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친다. 어린이 시는 이렇게 같은 또래 아이들의 공감을 얻기에 참 좋다. 시를 따라 쓰며 아이들 글씨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방향을 찾지 못했던 아이들이 바르게 글씨를 쓰는데 공을 들이며 뭔가 성취감을 얻는 듯하다. 이번 시도는 하여간 꽤 적절한 때 적당한 방법이었지 않나 싶다. 하여간 조만간 이번 시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교재를 구성해 보려 한다.
3-4교시에는 측정단원인 4단원 비교하기를 했다. 수학의 마지막 단원이다. 비교적 아이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단원이어서 맨 마지막에 배치를 했다. 교과서 그림을 보고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길이를 비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같은 출발점, 즉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다시 확인시켰다. 나중에는 공책에 길이가 다른 연필로 길이 비교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려보고 길고 짧은 것을 익히도록 했다.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길이가 다른 연필을 쓰지 않는 아이들이 곳곳에 보여 이를 바로 잡는데 시간을 또 보내야 했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해버리는 습관을 가지 아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다음으로는 A4 종이를 가위로 잘라서 길게 늘여서 누가 긴지를 재는 놀이수학을 해 보게 했다. 다들 신기한 듯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시작했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실수를 한 아이들 몇몇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예견했던 결과지만, 생각보다 그 수가 많기는 했다. 다시 해보게 하면서 안정을 조금씩 찾았는데, 아무래도 손에 힘이 있는 아이들이 길고 가늘게 잘 뽑아내었다. **가 제일 길게 해서 아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승부욕이 강한 00은 자꾸 누가 이기고 지는 걸 물어 본다.
그래서 난 오늘부터는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이긴 사람은 이겼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분이 좋고 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겠냐 했다. 오늘 지거나 꼴지가 된 사람은 기분이 나쁘고 힘도 빠질 것이니 선생님이 그 아이들에게 칭찬(응원)도장을 찍어 주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혹시나 잘 하는 아이들이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뭐 괜챦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때 @@이의 혼잣말이 재밌었다. '어, 정말 그러네.' 그걸 본 내가 @@를 엄청 칭찬해 주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어서 고맙다고도 했다. 결국 오늘은 결과는 있었지만, 1등 2등으로 구분짓지 않고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끝을 맺을 수 있었다.
예전 놀이수학의 대모인 조성실 선생님은 놀이수학의 4가지 코드를 말씀하시며 제일 마지막에 '수학을 공부하며 사회적 정의를 경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 순간 나도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아이들이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순간의 성취감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공평하고 공정한 것이라고. 단지 수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수학적 사고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정에서 공평과 공정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수학을 제대로 만나게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오늘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내게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