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집중의 조건

(2023.07.12.)

by 박진환

혹자는 초등학교 1학년들에게 80분이라는 블록단위 수업은 무리라고 한다. 5분도 집중을 하지 못하는 1학년 아이들이 어떻게 그 기간 시간을 견뎌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 중에는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5분 집중놀이나 수업도입부분 놀이를 개발하여 주목을 끌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아이들을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수업이라는 것에 대해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거나 접근방법이나 관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수업은 집중놀이를 준비하는데 있지 않다. 이것은 전형적인 일제식 수업을 할 때나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입전개마무리라는 기계적인 표준화된 수업에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만, 내용을 고민하여 과정에서 놀이를 도입하거나 활동과 소통, 교류가 많은 수업을 기획하면 아이들은 80분이든 120분이든 그 이상도 아무런 불평없이 수업에 참여한다. 물론 과정은 힘들 수 있다. 힘들면 중간중간 쉬어 갈 수도 있다. 블록 수업은 그런 거다.


오늘 수업도 다르지 않았다. 장대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로 물놀이 일정이 두 번에 걸쳐 바뀌면서 오늘은 정상 수업을 해야 하는 날이 됐다. 안 그래도 수학수업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으로 책읽기로 시작해서 차 한 잔을 한 뒤, 첫 수업인 수학을 준비했다. 오늘은 '들이'의 개념을 익히는 날이었다. 이것을 위해 수조가 필요했고 각기 다른 크기의 비이커가 필요했다. 과학실에서 준비 해온 것을 교실에 늘어놓자 아이들은 오늘 '실험'을 하냐고 묻는다.


물의 양을 미루어 짐작하고 결과를 확인하면서 컵의 크기와 물의 양의 상관관계를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익힐 수 있었다. 이를 위해서 활동를 여섯 가지로 준비했다.


1) 크기가 같은 비이커 두 개에 물을 각각 다른 높이로 담고 번호를 붙인다.

2) 크기가 같은 비이커 세 개에 물을 각각 다른 높이로 담고 번호를 붙인다.

3) 크기가 다른 비이커 두 개에 물을 각각 같은 높이로 담고 번호를 붙인다.

4) 크기가 다른 비이커 세 개에 물을 각각 같은 높이로 담고 번호를 붙인다.

5) 크기가 다른 비이커 두 개에 물을 가각 다른 높이로 담고 번호를 붙인다.

6) 크기가 다른 비이커 세 개에 물을 각각 다른 높이로 담고 번호를 붙인다.


이런 과정을 하나 하나 아이들과 함께 추측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컵의 크기와 높이, 물의 양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며 들이의 개념을 감각적으로 익혔다. 다음으로는 모든 아이들이 컵의 차이를 말로 표현하거나 물의 높이의 차이로 물의 양 차이를 말로 표현하게 하여 개념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과정이 순시간에 두 시간에 걸쳐 지나가고 곧바로 수조에 각기 다른 두 컵으로 이어달리기를 통해 물을 담아 차이를 알아보는 놀이도 했다.


남녀로 나눠 가위바위보를 해 이기는 사람이 큰 비이커를 지는 사람이 작은 비이커에 물을 담아 멀리 있는 수조에 담아 한정된 시간에 어느 팀이 더 많은 물을 넣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게임이었다. 이렇게 돌아가는 시간이 딱 두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나도 지루해 하지 않고 그만하자는 아이도 없었다. 그야말로 몰입과 집중으로 보낸 시간이었다. 이후에 물을 먹게 하고 학교에서 2학년 물놀이 지원 간식으로 어묵을 준비했는데, 그걸 받아 먹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으로 또 시간을 보냈다.


이후 변경된 일정으로 외부강사의 국악시간이 이어지고 점심시간에 충분히 놀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5-6교시에 비교하기 측정단원을 평가까지 모두 마무리 하고 공식적으로는 1학기 수학단원을 모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관심을 두고 집중할 수 있는 조건만 제공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몰입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문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수업이고 환경이 있을 뿐이다. 오늘 하루 종일 우리 아이들 일반 수업으로 보냈으니 내일은 충분히 놀려주는 물놀이를 할 수 시간으로 몰입하게 또 준비를 해야겠다.


그나저나 비 온대 놓고 안 오는 오늘 장마는 뭐냐. 내일부터 본격적인 장마라는 예보는 뜬금없다 싶다. 내일 폭우가 내리면 걱정인데, 아무튼 오늘 날씨는 우리 1학년들에게는 정말 아쉬웠다.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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