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리는 비랑 물놀이

(2023.07.13.)

by 박진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 밖을 바라 봤다. 다행히 아직은(?) 비가 오지 않는다. 오늘 학교 뒤편 물놀이장에서 시간을 보낼 아이들 생각에 걱정을 좀 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게 준비를 해서 차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 앞차에 부딪치는 방울 개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쏟아 붇는다. 그 와중에 어머님 두 분이 문자로 오늘 결석을 알린다. 열감기 증상이란다. 어제로 예정돼 있던 물놀이를 피한 게 그나마 다행일까 싶기도 하고....그렇게 아산을 넘어서는데 빗방울을 하나둘 그치더나 이제는 비가 내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 층들이 참 넓게 다양한 곳에 분포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물놀이 준비가 다 끝났다는 문자들이 날아오고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은 늘 그렇게 세 아이가 자리를 차지 하고 있는데 다들 책을 읽고 있다. 나는 다시 물놀이장에 가서 상황을 점검하고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먼저 차를 끓였다. 나가지 전에 따듯한 차를 대접하고 싶었다. 잠시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 중 맹꽁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잠시 웃다가 차가 식는 동안 가벼운 체조를 같이 하자고 했다. 다들 체조를 하는데 신나하는 얼굴이고 신기해 하는 얼굴들이다.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6학년이 되면 다들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년 6학년을 하면서 떠나 보낸 아이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면서 우리 1학년 아이들의 얼굴도 그렇게 성숙해지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제 따듯한 차를 한 잔 마시게 하고 설거지를 한 다음 뒤편 물놀이장으로 나오게 했다. 들어오자 마자 미끄럽틀장과 풀장에 들어가 놀 준비를 마친다. 이것저것 물놀이 기구를 던져주고 준비운동하듯 놀 시간을 주었다. 나중에는 물총을 들게 했더니 곧바로 공격대상을 담임인 나로 삼는다. 얼마나 쏘고 싶었을까? 나도 함께 쏘아댔지만, 아이들 수를 혼자서 감당하기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았다. 우비를 입고 출전했던 나는 속 깊이 쏘는 아이들 물총세례에 속옷까지 다 젖어들었다. 글헣게 자유롭게 시간을 주며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는 공으로 수구(?)를 하게 했다. 그런데, 녀석들이 축구 경험도 없어서 그런지 수구를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


가르쳐 주고 수를 줄였지만, 결국에는 레스링 하듯 공을 뺏고 혼자 돌파하는 럭비 같은 경기가 돼 버렸다. 뭐 어쨌든 게임이 됐다. 다음으로는 풀장에서부터 미끄럽틀장을 돌아오는 릴레이 경기를 하게 했다. 다들 어찌나 독한(?) 표정을 짓고 달리고 뛰던지. 그렇게 시간은 힌 시간이 흘렀고 교무실에서 제공한 어묵탕으로 살짝 떠는 추위를 달래었다. 다행히 이때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어묵탕을 다 먹고 다시 시작할 무렵, 비가 한 두 방을 내리기 시작하더니 끝나기 30분 전에는 쏟아 붇기 시작했다. 몇몇 추위를 타는 아이들은 교실로 들려 보내고 끝까지 놀겠다는 아이들만 남겨 놀게 했다. 비가 내리든 말든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하늘에서 쏘다붓는 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내리는 비를 맞고 서 있었던 적인 언제였을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오늘은 아이들과 물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여름방학도 열흘남짓 남았고 오늘은 우리 아이들과 지낸지 133일째 되는 날이다. 절반이 지났다. 남은 절반을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비 내리는 오늘 날씨가와 풍경이 한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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