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7)
아이들이 한 명 더 줄었다. **가 주말에 아파서 고생했다며 어머니가 문자를 주셨다. 지난주부터 안 오던 아이들도 잦아들지 않아 오늘도 결석이고 염증이 심해 며칠 더 통원치료를 해야 한단다. 결국 셋이 학교를 못 오고 10명이 남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13명 중에 셋은 큰게 보이는 자리다. 더구나 오른쪽 가장자리 00이 빼고는 모두 비어서 다음 차례는 00가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랬더니 00가 달려나와 뭐라고 할 기세였다.
교실에 들어오니 지난 주말 엄청나게 내린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다행히 비가 새지는 않았지만, 건물 안쪽 습기가 많은 1학년 교실이라 곰팡이 냄새 같은 향이 나는 것이 축축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빨리 제습기랑 에어컨을 틀고 환기를 시켰다. 그래봐야 비가 내리고 있어 창문을 여는 것도 별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온 뒤로 나아지는듯 했다. 아침에 따듯한 차 한 잔 마시게 하고 옛이야기 '병 속 세상'을 들려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첫 시간은 주말이야기 나누기. 어느 어느 아쿠아리움 다녀온 이야기와 서울 다녀온 이야기, 이를 빼러 치과 다녀온 이야기, 맛 있는 거 먹고 왔다는 이야기, 집에서 뒹굴뒹굴 했다는 이야기 등 저마다 한 마디씩 주말에 행복한 기억, 평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이렇게만 해도 사실 아침 시간 절반은 갉아 먹는다. 그래도 이렇게 자유롭게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어야 평범한 일상수업의 질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 빈 자리가 자꾸 눈에 띄어 사흘째 아파서 학교를 못오는 두 아이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영상편지 좀 띄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다들 그러잖다. 그래서 간단히 반 아이들 얼굴 얼굴 하나 하나를 찍으며 어서 돌아오라고 인사를 건네보라 했다. 남학생들은 쑥스러운 듯 장난치며 인사를 했지만, 그것도 1학년 같아서 내버려 주었다. 나보고도 하라고 해서 했는데, 웬걸 나도 쑥쓰러워 장난치듯 해 버렸다. 그러니 애들이 난리다. 그만 좀 하라고.
다음으로는 <어린이 시 따라쓰기> 를 해 보았다. 오늘의 시 제목은 내 동생과 우리 동생이었다. 다들 시에 재미있어 하고 귀여운 동생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외동이라며 공감하지 못한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동생이 말하는 표현에는 다들 귀여워했다. 곧 아이들이 쓰는 시에 이런 정다운 주제들이 담겨 나누며 웃고 감동을 받아 보는 시간이 다가오길 바랐다. 2블록에는 수학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한 교과내용과 놀이수학으로 시간을 보냈다. 익히 알고 하는 놀이는 아이들도 여유롭게 했다. 즐거운 표정과 몸짓으로 놀이수학을 즐기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았다.
날이 개이면서 해가 난다. 비 피해가 만만치 않다. 인명 피해가 더욱 가슴이 아프다. 해마다 인재로 인해 사람들이 죽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다. 내가 오늘 인재 피해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언제 나를 비롯한 누군가가 죽어야 할지 모 도른다면 이 사회는 그야말로 공포사회일 수밖에 없다. 하도 사고가 나니 무덤덤해지는 걸까? 내가 아닌 일에는 점점 무심해지는 것일까? 나랏일 하는 이들이 제몫을 못하고 저러니 사회는 갈수록 불안하고 공포는 더 심해지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빨리 장마라도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우리 아픈 아이들도 어서 돌아오길.
"얘들아~ 어서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