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8.)
오늘은 00이가 돌아왔다. 열감기를 심하게 앓다가 돌아온 녀석은 안경을 집에 놔두고 왔다며 마스크를 낀 채 교실로 돌아왔다. 한 아이라도 돌아와서 다행이었다. 녀석은 오늘 하루 종일 잘 버텨주었다. 중간놀이 시간에 쉴 걸 권유했지만, 뛰어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을 막지는 못했다.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이 바깥에서 놀 권리는 그들의 특권이다. 어린 아이들이 학원에 치어 어릴 적 즐겁게 뛰어 놀지 못한다는 건 분명 불행한 것이다. 비가 오는 데도 바깥에서 아랑곳 하지 않고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며 잔소리는 했지만, 충분히 즐기길 내심 바라기도 했다. 어릴 적이 아니면 어느 누가 빗속을 뚫고 저렇게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을까 말이다.
오늘 첫 수업은 어제에 이어 놀이수학. 어제는 10으로 가르기 모으기 감각을 키우는 놀이였다면 오늘은 숫자 5를 기준으로 수의 합과 가르고 모으기를 유추할 수 있는 놀이였다. 처음에 헷갈려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차츰 적응하며 과정과 결과를 즐겼다. 문제집으로 달달 시험을 쳐서 감각을 높이는 것보다 이렇게 놀이를 통해 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좋은 건,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하며 계산을 해서 놀이의 시작과 끝을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틀리면서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재도전하며 다시 놀이로 빠져든다.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놀이수학은 분명 강점이 있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로는 '문장부호'를 공부하는 시간이다. 문장부호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다. 말과 글의 차이가 있다는 것. 그것을 비슷하게 맞춰주고 이해하기 편하게 하는 것이 글에 표기하는 문장부호라는 것. 서로 약속을 해서 이 부호를 익히면 어떤 나라의 언어든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아이들은 문장부호의 성격과 특징을 이해한 뒤, 올들어 처음으로 교과서를 들춰 보게 했따. 아이들은 국어교과서를 신기한 듯 뒤적인다. 그것도 잠시 나는 아이들을 교과서에 실린 문장부호 차시로 몰아갔다. 거기에 실린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게 하고는 곧바로 그림책 <문장부호>를 만나게 했다.
1학년을 처음 맡았을 적, 그러니까 2016년에 마침 이 그림책이 나와 얼마나 반가워 했는지 모른다. 자연물 속에서 숨겨 놓은 문장부호를 찾아보는 재미, 우리 주변에 있는 자연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은 기호들이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걸 알려주는 이 그림책에는 1학년 1학기에 들어 있는 네 가지(마침표, 느낌표, 물음표, 쉼표) 부호들을 그림 속에 담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도 그림책을 보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고도 기발하게 그려지고 이어진 문장부호에 감탄을 했다. 어찌나 감탄했는지, 점심시간에 아이들은 누가 먼저 나서 급식으로 나온 음식 중에서 문장부호를 찾아내 소리지르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러 아이들이 나도 있다고 나도 만들 수 있다며 문장부호는 점심시간 내내 아이들 이야깃거리가 되어 주었다. 배움이 이어지는 것,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져 서로가 재미있어 하고 배운 것을 확인하고 써 먹는다는 것은 정말 배움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했다. 나는 미리 준비해 둔 16절 도화지를 이어붙여로 만든 책을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표지에는 문장부호를 쓰고 기호를 주변에 그려 넣어 꾸미게 했고 표지 뒤에는 네 개의 문장부호 뜻을 교과서에서 오려 붙이게 했다. 다음으로는 네 가지 바탕에 그림을 자유롭게 혹은 연결되게 그려 문장부호를 숨겨 넣게 했다.
마치 숨은 그림 찾게 하듯 꽁꽁(?) 숨겨 두려 하는 아이들 표정이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맨 마지막에는 교과서에 실린 짧은 옛이야기 대사를 옮겨 쓰게 하면서 문장부호에 표시를 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책이 하나 완성이 되었고 미처 완성하지 못한 아이들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만들게 했다. 끝으로 감기가 많이 걸리는 요즘에 맞춰 김동수의 그림책 <감기 걸린 날>을 보여주면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했다. 문장부호 책을 다 만든 아이들은 교실 왼쪽편에 있는 노란 차트에 담아 놓으라 했다. 그러고 보니 네 개의 차트에 학습물이 이제 모두 담겨 그럴싸 하게 보였다.
방학을 일주일 앞 두고 이제 다 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기초에 텅 비어 한동안 채우지 못하고 살다 5월부터 조금씩 채우기 시작해 이제야 다 채우게 되었던 것. 그만큼 우리 아이들 속도 몸도 조금씩 혹은 많게 채워지고 있었을 게다. 그래서 방학이 지나고 개학이 되면 부쩍 커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채운 것은 다시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1학기에 채운 이야기는 이제 싹 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들로 2학기를 채울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고 보니 이제 비는 땅을 채울 만큼 채웠는데, 언제 비우려 저러나... 이제 그만 내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