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자라있던 아이들

(2023. 7. 19)

by 박진환

몇 해 전에도 그랬다. 1학년 아이들과 살다보면 마치 식물 키우듯 어느 순간 부쩍 자라 있을 때를 목도할 때면 기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1학년 안에는 변화를 보이지 못할 것 같았던 아이가 달라져 가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1학기를 지난 뒤에 돌아왔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내가 지난 시간동안 괜한 잔소리와 꾸중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곤 했는데, 방학을 며칠 앞 둔 오늘 아이들이 내게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고 지쳐 있었는데, 변화된 아이들 모습을 보고는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첫 번째 변화는 글씨체이고 그림이었다. 오늘 첫 시간은 십자책만들기로 가볍게 책을 만들어 교육과정에 있는 여름에 필요한 거들을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칠판에는 그림과 글을 그려 똑 같이 표현을 하여 만들 책에 옮겨 담겨 했다. 그런데 이제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데 익숙해진듯 편하게 책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학기 초 글씨도 서툴, 그림도 엉망이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제법 글씨를 그림처럼 표현할 줄 알고 그림을 글처럼 내용을 채운다. 그저 놀랍다. 다른 학교에서는 이미 채워서 올라 온 아이들이어서 놀라운 정도를 늦게 깨닫는데, 이 아이들은 1학기말에 깨닫게 되니 그저 놀랍고도 반갑니다.


두번째 변화는 낱맡을 표현할 줄 알고 글을 몰라서 늘 헤매던 아이가 글을 알아채 나에게 자랑사람아 가져온 일이었다. 오늘 두 번째 블록수업은 그림책 <단어수집가>였다. 미국의 유명 그림책 작가 피터 레이놀즈는 주인공 제롬이가 낱말을 수집하는 것을 이야기 삼아 풀어나간다. 나중에는 낱말을 갈래별로 수집을 하다 그만 다 쏟아 버리로 새롭게 낱말을 꿰어 맞추기 시작한다. 그걸로 시도 읆고 노래도 부른다. 끝내 낱말을 수집하는 게 아니라 알아서 지식으로 삼고 세상 모든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수집하는 지를 묻었다. 피규어를 대게 많이 수집하는 아이들었다. 그때 제안을 했다.


자기가 자주 쓰는 말 중에 귀하고 소중한 낱말을 수집해 보기도 하고 몰랐던 낱말과 신기했던 낱말을 생각해 색종이에 담아 보기로 했다. 그래서 학기 중에 낱자를 공부하면서 동사를 채워 그림도 그렸던 공책을 꺼내게 했다. 뒤편에 색종이를 둘로 잘라 붙이며 낱말을 크게 써서 우리도 낱말 수집가가 되어 보자 했다. 그때였다. ***가 색종이에 쓴 글자를 들고 내게 달려왔다.


"선생님, 이 글자 '가두다'죠."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하나 하나 읽어봤어요."

"와~ 대단. 뒤에 것도 읽어 볼래."

"드아...드아...다....츠이...치...다. 다치다요."

"그래, 그렇게 읽으면 되는 거야. 넌 잘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잘 할 수 있는데."


아직 더 먼 길을 가야 하지만, 한글 때문에 고생했던 녀석이 이제야 조금 감을 잡은 것이 너무 놀랍고 고마웠다. 나중에 낱말 수집을 한창 할 때, 감을 잡던 녀석이 색종이에 '나는'을 써 오고는...


"선생님, 이거 나는 이라고 읽죠."

"맞아, 오....최고~~~ 근데 어떻게 알았어."

"저번에 어...어린이 시 따라쓰기에서 자주 나와서 알게 됐어요."

"그렇구나. 맞아. 글자는 그렇게 자주 보면서 익히는 거야. 고맙다. 대단해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나는 공책 표지를 멋지게 쓰게 할 요량으로 한동안 표지를 비워뒀는데, 녀석들이 이제는 제법 표지도 글자와 그림으로 꾸밀 수 있게 되자 자유롭고도 예쁘게 완성하는 것이다. 정말 고맙고 고마운 일이었다. 정말 어느새 자라있던 아이들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정말 이런 경험은 1학년 담임만 겪을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지난 며칠 제재로 잠을 자지 못해 몸과 마음이 무겁고 지금도 몸이 힘든데 오늘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 덕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이대로 2학기로 쭉 가면 분명 이 아이들은 멋진 2학년으로 만들어 올려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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