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요 손이 가

(2023.7.20.)

by 박진환

오늘도 두 아이 열감기로 결석을 했다. 일주일째 번갈아가며 아파 빠지는 아이들 때문에 완전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함께 하려고 준비한 오카리나 수업이랑 비눗방울 수업을 하지 못하고 자꾸만 미루게 되니 수업이 밋밋해지는 느낌이다. 오늘은 첫 시간은 어제에 이어 '낱말 수집가' 활동하기로 했다. 어제는 아는 낱말, 친숙한 낱말을 하기로 했다면, 오늘은 모르는 낱말, 신기해 했던 낱말, 재밌었던 낱말을 중심으로 수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는 1학년이 읽을만한 책을 가지고 읽으면서 질문을 하는데, 웬걸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이 많은지, 저걸 1학년 동화책이라 만든 게 이상할 정도였는데, 아무튼 **가 질문하는 대로 다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잘난 체를 했다.


"봐, 선생님은 모르는 낱말이 없지?"

"에, 맞아요."

"대단해요."

"선생님, 너무 잘난 척하지 말세요."

"아니, 내가 무슨 잘난 척을 해. 사실이 그런 걸."

"그래도요."

"난 도사기 때문에..."

"선생님은 언제부터 도사였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말도 안 돼."


그렇게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모르는 설명을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희한한 말을 찾아내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말로 나를 골탕 먹일려고도 했다.


"선생님, 이건 무슨 뜻이에요?"

"뭐?"

"오라라를랑에이아..."

"그건 외계인 말이라서 모르겠어."

"에이, 도사도 모르네, 몰라."

"아니, 저건 외계인 말이잖아. 난 지구인의 말만 알아요."

"선생님, 불루 알아요?"

"파란색이잖아. 영어로."

"에이,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에요."

"봐, 도사도 모르네, 몰라."

"에고....."


두 번째 블록에는 수카드로 놀이를 하며 수학활동에서 덧셈과 뺄셈, 모으기와 가르기 활동을 복습해 보았다. 그냥 반복하는 것보다 역시 이렇게 하면서 수에 대한 감각을 높여 나갈 수 있었다. 수학 시간 전, 중간놀이가 있었고 마치고 우유를 들고 교실로 들어온 아이들에게 나는 교무실에서 뒹굴던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왔다. 아이들에게 하나씩 건네줄 요량으로 말이다. 과자이름은 '새우깡'. 하나씩 입에 넣어주면 어떨까 싶어 했는데, 이게 참 너무 재밌는 상황이 연출이 됐다.


손으로 하나씩 입에 넣어주려 해서 입을 벌리라고 했더니 하나씩 맛보던 녀석들이 쩝쩝 입맛을 다시더니 나를 뚫어져라 보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하나씩 더 입에 넣어주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내 입을 깨물려는 시늉을 한다. 그리고는 킥킥 웃는다. 넘 귀여웠다. 한 녀석이 말하길.


"선생님, 우리가 기러기 같아요."

"선생님, 우리가 기러긴 줄 알아요?"

"하하, 그러네....기러기 같다. 너희 모습이."

"하나 더 주세요."


그렇게 나는 'ㄷ'자로 된 책상을 돌며 아이들 입에 몇 번이고 새우깡을 넣어주고 넣어줬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입을 벌리고 있는 아이들. 마치 어미새가 여러 마리의 새끼새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귀여운 것들. 한 열 개는 먹었을 거라니까. 다섯 개 밖에 안 먹었다고 너스레를 떠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노는 방법을 또 하나 알게 되어 너무나 재미나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오늘 네 시간 밖에 안 되는 시간에 아이들과 이것저것 하며 함께 웃고 먹고 떠들며 보냈다. 점심시간 유치원에서 팥빙수를 팔아 그거 사 먹으로 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당장 내일 모든 아이들이 교실에 모여 비눗방울 놀이랑 오카리나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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