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잠시 떠나보내며...

(2023. 7. 24.)

by 박진환

오늘은 방학 전 날. 내일이 방학임을 알리는 날. 입학식 이후 아이들과 만난지 144일째 되는 날. 고작 24일 밖에 안 되는 여름 방학이지만, 잠시 아이들과 나는 헤어지게 됐다. 어김없이 아침에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시 따라쓰기도 하며 기존의 루틴을 반복했지만, 뒤에는 1학기 동안 배웠던 놀이와 노래를 부르고 확인하며 지난 날을 잠시 떠올려 보기도 했다. 잘 기억하는 아이들, 그렇지 못한 아이들, 다른 것도 있다고 알려주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 한 학기를 보면서 나름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무도 모르게 자라 있었다. 방학하니 좋냐고 했더니 고개를 그떡이는 녀석이 있어 나랑 헤어지는게 섭섭하지 않느냐 했더니 오늘 방과후에 1학년 전체가 키즈카페로 놀러간단다. 1학년은 그냥 뭐 1학년이다.


요즘 (고)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기사 말고도 지인으로부터 전해 받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교원단체에서는 추모를 한다고 여기 저기서 봉사와 지원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법 개정에 대한 관한 서명과 동참을 바라는 요구가 오고 오늘은 교권을 제한하는 조례를 재검토하라는 수준의 지시가 국가권력자로부터 내려갔단다. 모든 걸 대통령이 간섭하는 것도 우습지만, 고작 조례 정도로 바뀔 것이 아닌데, 사태를 잘못 짚는 건 여전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론의 추이에 따르는 정도의 수준 낮은 정치로는 아동의 인권도 교사의 인권도 제대로 확보해 줄 수 없음을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번 안타까운 동료교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다른 것 없다. 불합리한 제도가 우선 바뀌어야 하고 아픈 아이들은 따로 치료를 해주는 시스템만 구축되면 된다. 학부모의 양육태도와 자세도 법과 시스템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런 법과 시스템을 합의하에 같이 구축하기가 어려운 여건과 상황이 지금 한국사회라는 것에 있다. 교사는 생존권을 위협 받고 있고 학생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누구한테도 이롭지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정치가 아닌 정말 교육적인 논리와 공동체적인 사고가 작동하길 바랄 뿐이다. 방학동안 나도 추모공간을 때마다 갈 생각이다.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다. 학교를 이런 공간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애를 썼는데, 선배로서 너무 안타깝다.


아이들을 떠난 공간을 바라볼 때면 늘 그렇지만, 쓸쓸하다. 그래도 1학기라 덜 쓸쓸하지만, 5-6년 뒤에 정말 완전히 떠날 교직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먼 10년 뒤의 남 얘기라 여겼던 시절이 불쑥 다가오면서 마치 이제 시한부 인생이라도 사는냥, 아이들과 지내는 오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오늘도 그래서 그런지, 1학년 아이들을 데려온 어머님과 아버님 뒤로 따라가다 다른 학년 아이들이 통학버스를 타고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 보았다. 이런 풍경을 눈에 앞으로 오랫동안 간직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식날이 좀 우울하다. 하늘도 흐리고 ...비는 만날 오고... 시절이 아프고... 슬프고... 하지만 키즈카페에 간다고 신나게 뒤도 안 돌아보며 가던 1학년 우리 반 아이들 모습을 떠올리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방학 때 뭐 하겠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놀 거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장난치며 우스갯소리 하며 넘기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녀석들을 24일동안 보지 못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우리 열 세 명 아이들이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신나게 교실 문을 열고 돌아오길 바란다. 난 그곳에서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날마다 쓰던 교사일기도 잠시 멈추려 한다. 이번 학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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