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8)
짧은 방학이었다. 24일. 3주를 겨우 넘겨 다시 만나 아이들. 그랬다. 오늘은 개학이었다. 저마다 밝게 인사를 나누며 모인 아이들은 3주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나를 반기는 얼굴이었다. 자연스럽게 나를 보더니 안기며 잘 있었냐는 듯 토닥이는 아이들도 곧잘 있었다. 반갑고 고마웠다. 이 짧은 방학이 너무 길었다는 아이. 자기들 편지 받았냐는 아이. 화상전화했는데 털이 수북이 나 있어 재밌었다는 아이. 선생님 괴롭히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 했다는 아이까지 저마다 소리 높여 나를 자기를 방식으로 반겼다.
나는 먼저 따듯한 산딸기차를 먼저 대접했다. 그리고는 '도토리 신랑'이라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도토리처럼 작디 작은 신랑을 데리고 사는 상대적으로 거인이 되버린 신부의 재미나는 이야기로 오늘 하루를 즐겁게 열 수 있었다. 옛이야기 뒤로는 개학을 하면 아이들과 하는 활동으로 이어갔다. 문어발 접기를 한 도화지에 세 가지 도형을 뚫어 방학동안 있었던 일을 담는 활동인데, 일단 방학동안 있었던 일을 말하게 하였다.
"선생님, 나는 생각나는 게 없어요."
"아냐, 친구들 발표하는 거 들어보면 너도 생각나는 게 있을 거야."
"저는 있어요."
"자, 방학에 있었던 일을 칠판에 선생님이 적어 볼게."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싸웠던 일, 기분 안 좋았던 일....'
"배고팠던 일도 있었어요."
"아, 그랬겠네."
"선생님 꿈꾼 것도 돼요?"
"맞아, 방학동안에 재밌는 꿈, 무서운 꿈이야기도 좋아."
그렇게 칠판 가득히 채우고 나니 아이들이 저마다 골라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됐다. 각자 한 두가지 충분히 말하게 한 뒤, 어제 학교에 미리와서 만들어 놓은 문어발 접기 도화지를 나눠주었다. 예전에는 뚫어야 할 도형을 아이들이 직접 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칼자국을 내주어 조금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크게 어렵지 않게 아이들은 세 가지 있었던 일을 쓰고 뒤면에 그림을 그려 완성을 했다. 그리고는 또 앞으로 나와 각자 발표를 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아이들과 나는 지난 방학을 추억했다.
그렇게 마무리 짓자 점심시간. 학교 공사로 여전히 급식실이 완성이 되지 않아 그동안 인근학교의 도움을 받던 것도 힘들어 오늘부터 우리 아이들은 도시락 급식을 하게 되었다. 뭔가 화려한 듯하지만 실속은 없어보였다. 재질이 안전한 것이고 재활용되는 거라 친환경(?)적이라 하지만, 쓰레기를 가져가는 것이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걱정이 들었다. 더구나 가격도 비싼데 상당부분을 학교가 대고 있어 큰 돈이 들어가게 돼, 어서 빨리 급식실이 지어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색다른 급식이어서 신기해하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어떤 아이가 왕이된 기분이라고 해서 웃기도 했다.
3주라는 방학이었지만, 아이들이 분명 달라져 올 거라는 기대는 품고 있었다. 특히 아직 글읽기가 원활하지 않은 아이들의 변화를 살짝 기대를 하고 있었다. 1학년을 맡을 때마다 방학 이후의 변화가 보였던 경험이 있어서였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두 아이가 글을 읽는데 부담을 확 줄여 왔다. 한 아이는 파닉스로 읽는 법을 좀 더 숙달해서 와 자연스럽게 읽어내는데 익숙해 있었다. 따로 집에서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른 아이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좀 더 나은 상태가 되어 왔다. 둘 다 표정에 자신감이 살짝 묻어 있다.
이 정도라면 2학기를 지나면 글을 읽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변화를 보면 무조건 많이 계속 가르치고 익혀야 한다는 논리가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텀과 휴식은 그래서 필요한 것 같다. 이번 3주라는 방학, 3주라는 텀, 그리고 휴식이 아이들을 조금 더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보였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2학기가 시작이 되지만, 이렇게 크게 한뼘 자란 아이들을 열심히 잘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오늘 우리 아이들은 145일로 묶어 봉인했던 돌상자를 꺼내어 한 명씩 돌아가며 170일을 채웠다. 오늘로 아이들과 내가 만난 170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남은 기간 아이들과 잘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