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2023.8.23.)

by 박진환

비가 내릴 것 같지만 해가 간간히 보이는 날. 오늘 내일 시작해서 다음주 화요일까지 장마처럼 내린단다. 아마도 이 비가 지나면 뜨거운 여름 기운은 내려가지 않을까. 정말 무덥고 짜증나고 힘든 여름이었다. 아마도 내년부터 이 뜨겁고 따가운 여름은 내내 계속될 것 같다. 두렵고 무서운 기후 변화가 피부로 와 닿는 기분이다. 얼마 전 남극의 얼음 상당부분이 거의 녹아 바다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늦었을 때가 빠를 때라는데, 해마다 늦고만 있는 기분이다.


오늘 아침은 돼지가 왜 '꿀꿀'이라는 소리를 내게 됐는지에 대한 옛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에 **녀석을 따로 붙잡아 글 읽는 법을 가르쳤다. 분명 나아졌는데,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쓰는 법을 다 까먹은 모습이 보인다.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는 속도가 한계가 있는데, 가정에서 하 수 있도록 요청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오늘도 하루 한 문장쓰기를 했다. 지난 월요일보다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는 듯하다. 조만간 재미난 하루 한 문장 이야기를 해 줄 것 같았다.


오늘 주된 수업은 통합교과 '가을' 교육과정의 첫 주제인 '이웃'에 대한 것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웃이 무엇이고 우리 집 근처 이웃에는 누가 있는지를 확인한 뒤에는 '이웃'을 주제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배울 것인지 공책에 마인드 맵으로 그려 보았다. 그리고는 이웃과 인사놀이를 할 수 있게 했다. 둥글게 두 개의 원을 만들어 돌며 음악 소리에 맞춰 놀다 멈춰 주사위(카드)로 나온 그림 상황에 맞게 서로 인사를 나누는 놀이였다. 별 것 아닌 것인데도 몸으로 움직이는 것에 크게 반응하는 우리 반 아이들은 신나게 교실 가운데로 모였다.


원래는 운동장에서 해야 하는 것인데, 학교 공사로 운동장이 없어 부득이 교실에서 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아이들이 놀이방법과 활동에 집중하지 않고 앞으로 나오는 것에 더 흥분해서 서로 소리를 지르고 떠드는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저번 외부강사 국악시간에도 이런 일이 있어 국악선생님이 곤욕(?)을 치렀는데, 아직까지 우리 아이들이 몸으로 움직여 활동하는 수업에서 규칙을 어떻게 지키고 서로를 배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습이 부족한 것 같았다. 잔소리를 잔뜩하고 나서야 아이들이 조금씩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이보다 좀 나아지길 바란다는 말을 하고는 곧바로 인사놀이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무사히 즐겁게 활동을 마쳤다.


오늘은 5교시에 국악수업이 있기도 하고 중간놀이 시간도 없었던 날이라 조금 더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려고 10여분 일찍 마치고 점심을 먹게 했다. 그랬더니 오늘은 왜 점심을 일찍 먹느냐며 질문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걸, 모르다니 선생님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니?"

"왜 일찍 먹는데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지. 한 가지는."

"맞다. 국악시간."

"국악시간이 있어서 빨리 먹어야 해서요."

"그거 말고 또 있어요."

"그게 뭔데요?"

"너희들 오늘 제대로 쉬지 못해서 빨리 먹고 좀 더 길게 쉬라고..."

"아~"

"선생님의 이런 깊은 맘도 모르고... 고맙다고 하지도 않네. 흥."

"선생님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하긴 그렇다. 1학년 어린 녀석들이 내 맘을 어떻게 알까. 지난 32년간 아이들과 살아왔지만, 정말 내 맘을 알아주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간혹 그 맘을 알아줄 때는 찡하니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2년 전 졸업을 시킨 아이가 올해 스승의 날에 와서 나랑 밥을 먹으면서 하는 말이


"선생님이랑 밥을 먹다 보니까 꼭 우리 아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편해요. 우리 아빠처럼."

"그러게 말이다. 선생님이 잔소리는 좀 해도 너희들과 편하게 지내려 했는데, 애들은 잘 몰라."

"맞아요. 그걸 잘 모르더라구요. 하하."


아이들에게 내 맘을 들키지 않고 해야 잘 하는 건지, 내 맘을 잘 전달하도록 해야 잘 하는 건지. 선생은 하면 할수록 힘든 직업인 것 같다. 30년이 넘어도 좌충우돌하고 실수하고 실패하고 늘 공부하지만, 어려운 게 교사라는 직업이다. 이런 직업이 학교 안팎으로 가해지는 감정노동으로 흐르면서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며 젊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번 여름은 그런 교사들의 고통과 아픔을 뼈저리게 느꼈던 시절이었다.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 속으로 파고들어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교직에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교사들이 늘어 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아이들이 많은 교사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한 아이의 질문에 많은 생각이 드는 오늘도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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