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4)
이런 날도 있을까? 아침 옆 반 2학년 샘이 내 교실에 맡겨 두었던 종이를 찾으러 오면서 아침 루틴이 깨졌다.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깜빡 차를 대접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바로 하루 한 문장 쓰기로 이어갔다. 다행히도 나흘만에 아이들이 조금씩 한 문장에 대한 감을 잡아가는 것 같다. 너무 일찍 긍정반응을 보이는 건가 하지 싶은데, 그럼에도 생각보다 빨리 적응해 주어서 이제는 한 문장 쓰는 시간이 짧아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써내는 글도 조금씩 두 문장 혹은 긴 한 문장으로 써오는 아이들이 있다. 맞춤법을 고쳐주고 긴 문장을 두 개로 나누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번 1학년 2학기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부호와 자기 삶을 글에 담을 줄 알게 하는 것이 글쓰기 공부 가장 큰 핵심이다. 이것만 되면 자기 생각을 풀어쓰는 기초를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첫 수업은 폴란드 그림책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으로 시작을 했다. 교과서에도 있는 그림책 '발가락'이 바로 그 책이다. 발가락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높여 그림으로 표현해낸 독특한 그림책을 만나면서 우리 아이들의 상상도 조금씩 커가기 시작했다. 보자마자 게임 케릭터 를 그리고 싶다는 아이, 빌딩을 그리고 싶다는 아이, 꽃을 그리고 싶다는 아이 등 발가락으로 상상할 수 있는 재미나게 그리고 서로들 보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그것을 그대로 <우리말 우리글> 국어공책에 붙이고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다. 남은 시간에는 어제 시작한 <맨 처음 글쓰기>로 들어갔다. 오늘의 문장 공부 핵심은 '토씨(조사)'에 대한 이해이다. 이름씨를 도와주는 토씨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1학년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주고 연습을 시켜야 한다.
"여러분이 문장을 쓰면서 자주 틀리는 게 뭔지 알아요?"
"문장 부호요."
"띄어 쓰기요."
"맞아, 문장 부호도 그렇고 띄어 쓰기도 맞아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토씨'라는 건데."
"톱씨요?"
"하하. 톱이 아니야. 어디 톱을 써는 게 아니라, 토씨!"
"토씨?"
"응, 이름씨 옆에 붙어서 이름씨를 도와주는 거. 자, 여기 보세요."
이렇게 해서 토씨의 역할을 지도하고 자주 틀리는 아이들에게 환기를 시켜주었다. 이렇게 넉달을 갈 것이다. 경험상 우리 아이들은 토씨 구분을 분명히 잘 해내 읽기도 글도 잘 쓸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에 검사를 하는데, 한 녀석이 이런 말을 건넨다.
"선생님, 요즘 제가요. 선생님 막 붙어 다니니까. 그럼 내가 토씨겠네요."
"하하하. 그래 맞아. 이그 토씨야."
3-4교시 시간에는 통합교과 '가을'에서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즐겼던 이야기를 하고는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내게 했다.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건.... 그림 지도를 어느 정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것.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람을 그리는 것이 너무 작고 풍경을 어떻게 나타내야 할 지를 모른다는 것. 하, 시간을 내서 해야 할 게 참 많다. 통합교육과정에 기술적인 면은 없고 경험만을 챙겨 가는 구조라... 이러니 아이들을 학원에 맡길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니다. 계획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아이들의 재능에 기댈 수는 없지 않을까. 그나저나 우리 토씨는 잘 놀고 있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