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는 못할 일이 없다

(2023.8.25)

by 박진환

꿈에서

고00이랑 서00이랑

바다에 갔다.

두 밤 잤다. 엄청 났다.

꿈에선

못할 일이 없다. (8./25 이00)


하루 한 문장 쓰기에서 나온 이00의 글. 한 편의 시 같다. 자기 반 남자 아이들 둘이랑 바다에 가고 두 밤이나 잤단다. 엄청나게 놀았나 보다. 이 아이의 말처럼 '꿈에선 못 할 일이 없다. 책은 즐겨 읽는 아이는 아니지만, 자기 생각과 말을 글로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아이다. 방학 이후로 코피가 자주 나서 부모님도 나도 걱정이 드는데, 학교와 와 서는 아주 신나게 친구들 하고 논다. 수업도 늘 그랬듯 열심이다. 그 아이가 쓴 하루 한 문장. 정말 느낌이 좋았고 덩달아 꿈에서는 못할 일이 없다는데 수긍이 갔다. 정말 꿈에선 못할 일이 없지 않은가.


날마다 꿈꾸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늘도 하루를 시작했다. 첫 수업은 1학기에도 다루었던 겹받침 공부.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기에 1학기 때 만들어 놓은 '낱말 수집가' 공책를 펴게 했다. 그리고는 교과서에 있는 문장으로 받아쓰기를 시켜 보았다. 선생님은 받아쓰기를 안 한다면서 왜 하냐는 말이 바로 나온다. 그냥 얼마나 너희들이 쓸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 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잔소리나 꾸중을 하려 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시작한 1학년 첫 받아쓰기.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서 친구와 놀았다. 우리는 모래성을 많이 쌓았다."


두 아이 정도가 놀랍게도 모두 맞혔고 나머지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틀리고 '앉아서'에서 틀리고 '모래'에서, '많이', '쌓았다'에서 곧잘 틀렸다. 짐작한 대로지만, 생각보다 상황은 괜찮아 보였다. 틀린 부분을 고쳐 다시 쓰게 하고 읽게 하였다. 교과서에 실린 남은 부분은 1학기 때도 한 것이지만, 복습차원에서 다시 쓰고 읽게 하는 것으로 오늘 수업은 마무리 했다. 앞으로 <맨 처음 글쓰기> 공책과 일상에서 읽고 쓰는 활동이 병행이 되면 1학년 이상 수준의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고 2학년에 올려 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시간은 끝말잇기 놀이였는데,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하려는 시간이어서 간단히 다루고 곧바로 건강검진 시간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이후로 정식으로 보건소에서 와 검진하는 것이어서 사뭇 풍경이 이채로웠다. 아이들은 코로나 검사 하냐며 걱정하는 아이도 있어 우습기도 했다. 요검사에 난리를 피우던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돌아와 곧바로 남은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 수업은 통합교과 '가을'에서 옛날 사람들은 이웃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를 알아보고 점묘화를 그려 보는 시간이었다.


얼마 전에 구입한 종이파레트에 물감을 얹고 면봉에 물감을 묻혀 주어진 그림에 12가지 색깔을 다양하게 찍어보는 활동. 확실히 사인펜으로 할때보다 섬세함이 떨어져 보이는 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물감의 질감을 느끼며 나름 즐겁게 활동을 한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마음이 급해 대강 찍고 마는 아이. 균형감 있게 색을 찍지 않고 여러 가지 색을 찍어서 그림을 알아보기 힘든 아이도 있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좀 더 달라지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들어 잔소리는 되도록 하지 않았다.


개학한 지도 어느덧 1주일이 지나갔다. 177일째. 다음주면 이제 8월도 끝이다. 우리반 이00의 말처럼 남은 넉달이 엄청나길 바라여 본다. 꿈에서만 이룰 일을 이 아이들과 이루고 행복한 결말을 맺고도 싶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떤 꿈을 꾸며 요즘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00이 덕분에 해보게 됐다. 주말에는 서울에 한 달에 한 번 가는 수학공부를 하러 간다.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다들 요즘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냐고.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 글은 이렇듯 힘을 주고 위로를 주고 때때로 내게 응원이 되곤 했다. 오늘 오랜만에 그런 글을 만나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그럼, 제가 토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