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힘을 어찌할꼬

(2023. 8. 30.)

by 박진환

우리 학교 아이들 중에는 멀리서 한 시간이나 걸려 오는 아이들도 있다. 멀리서 통학버스를 타고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이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은 사정이 있어 늦게 교실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살짝 교실을 보니 대견하게도 앉아서 모두가 책을 읽고 있다. 조용하다. 너무 기특해서 칭찬을 해주며 시작을 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하루 한 문장을 했다. 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에게는 한 문장 더 쓰게 하면서 조금씩 글쓰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잘 따라 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첫 수업으로 들어가면서 <어린이 시 따라쓰기>를 했다.


오늘의 어린이 시는 '내 신발'이라고 1학년 같은 또래의 부산 아이가 쓴 시였다. 새 신발을 신으나 빨리 학교로 가고 싶었고 축구도 신나게 할 수 있었다는.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시였다. 그렇게 시를 읊고 외우고 따라 쓰면서 조금씩 글씨와 문장을 익혀 갔다. 다음으로는 <맨 처음 글쓰기>로 오늘의 이름씨는 '발'. 저마다 자기 발을 공책에 대고 그리고 파생어를 알아보았다. 서로 자기가 알고 있는 파생어를 꺼내면서 집중도는 높아져 갔다. 나중에 단문에서 조사와 띄어쓰기를 고려하는 문장을 쓰는 것으로 오늘의 국어수업을 마무리 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수업은 시계읽기와 규칙찾기 복습. 어제 100칸 수배열판으로 다시 복습을 하며 규칙을 만들어 보는 활동을 했다. 그때 00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어. 이제는 쉽네."

"맞아. 알고보니 별 거 아니지? 어제는 그렇게 어려워 하더니. 얼굴이 쫙 펴졌네."


아이 얼굴이 환하다. 자신감이 넘친다. 배움이라는 게 별 거 없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기쁨, 알게 된 기쁨. 깨닫는 희열. 그래서 다른 배움을 준비하는. 그런 힘을 그리고 그런 경험을 자주 쌓게 하는 게 교육이다. 어제 오늘 00는 그런 경험을 가볍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하루 종일 아이의 얼굴이 밝다. 요즘 몸이 아파 걱정이 드는데 아이의 얼굴이 밝아 보여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후로는 수학익힘으로 복습을 시켰다. 대부분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데, 놀이로 했던 수업과 구분을 잘 하지 못하는 문제에서 헷갈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2학기'수학나라' 공책에는 시계모양의 도장을 찍게 해서 오늘은 정시각을 읽는 복습을 해 보았다. 모든 아이들이 시계를 그리며 시각을 읽을 줄 알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 6교시 수업을 모두 마쳤다. 사실 오늘 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아랭이골로 생태놀이를 가는 날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종일 교실에서 학습을 거뜬히 해주었던 오늘 우리 아이들이 참 대견했다. 그런데 말이다. 수업시간 말고는 이 아이들은 마치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빠르게 변신하듯 튀어 온 교사동을 휘젓고 다녔다. 도대체 이 아이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오전 중만 해도 그렇게 조용히 책을 읽고 수업을 받던 녀석들이 쉬는 시간과 방과후 이후에는 솟구쳐 오르는 힘을 가누지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녀석들의 넘치는 힘을 어찌할까 싶다. 그마나 하루의 절반은 참아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내일도 이 넘치는 힘을 가진 아이들 곁에서 나는 살아야 한다. 잘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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