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변화의 갈림길에서

(2023. 8. 31.)

by 박진환

날 좋은 맑은 날 복은 지난해에 다 써 버렸나 보다. 지닌해 6학년을 맡으면서 울릉도 독도와 제주 여행까지 아이들과 떠나는 날이 너무도 좋아 날씨 복이 넘쳤더랬는데, 올해는 정반대이다. 처음 현장체험학습 때부터 내가 지정한 날은 유독 비가 동반됐다. 이번도 비가 안 내리는 날을 골랐건만, 이전 날 내리는 비가 이어져 결국 취소를 해야 했다. 오늘 2학년이 생태놀이체험을 하는데 어제와 달리 흐리다가 해가 나면서 딱 좋은 날씨가 돼 버렸다. 부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15일 현장체험학습 날은 실내 위주로 움직이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날이 맑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아침도 책으로 시작하고 '하루 한 문장쓰기'로 시작을 했다. 특히 하루 한 문장쓰기에서 요즘 돋보이는 아이들이 보인다. 단순한 문장에서 조금씩 지도를 하여 덧붙여 쓰게 했더니 글쓰는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이 한 두 명씩 늘기 시작했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지, 쓰는 바법만 터득하면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 00녀석은 자기는 요즘 '하루 한 문장쓰기'가 가장 재미있다고 한다. 정말 잘 써서 칭찬을 자주 해주었더니 자신감도 생기고 관심도 커진 것 같다.


오늘은 **이가 좋은 글을 써주었다. 말은 시원시원하게 잘 하는 녀석이 뭔가 경직된 글을 쓰는 것 같아 말하는 대로 써보라고 했더니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반응을 보이더니 어제부터 조금씩 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오덕선생님이 오래 전 말씀하셨지만, 글은 곧 말에서부터 시작했다. 어느새부터인가 문체와 말체가 달라지면서 글은 어렵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나 선입견이 생긴 것이다. 적어도 에세이와 같은 글쓰기는 말하듯 쓰면 좋은데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글쓰기 방법이다. 오늘 그 아이는 자신을 깨우는 아버지 옆으로 어머니가 다가왔던 걸 글감으로 해서 썼다. 조금 더 보충하는 방법을 알려 줬더니 이렇게 써줬다.


아빠가 나를 깨웠다. 엄마가 왔다. 엄마는 나보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해서 엄마에게 안겼다. 아빠가 나를 잡아 당겼다.(8/30)


이 아이가 엊그제 쓴 글은 이랬다. 붙임쪽지에 써서 한계가 있어 충분한 표현을 못하고 있지만, 무엇을 쓰고 써야 하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늘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여자 애들이 계속 통행증 내라 했는데 내가 낼 수가 없어서 안 냈는데 나를 가뒀다. 좁은 길이 있어서 나왔다. 뛰다가 넘어져서 피가 났다. (8/29)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편으로 모자란다고 하여 두 편을 들려주고는 백희나 그림책 <나는 개다>를 본 것으로 팝업책 만들기를 했다. 표지의 개, 구슬이를 그려 보는 것으로 했는데,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내가 그린 그림이 개가 아니고 소 같다고 웃고 놀렸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은 얼마나 잘 그리는 가 보겠다 했다. 물론 나보다 못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나보다 정말 훨씬 잘 그렸다. 크게 그리는 걸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9월에는 그림 그리기를 가르쳐주면서 크게 그리는 법을 익히게 해야 할 것 같았다. 다들 멋진 그림을 그린 팝업책을 훌륭히 완성해 주었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로는 시계읽기와 규칙찾기의 최종 마무리로 평가를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수행해 주었다. 맨날 이런 평가만 했으면 좋겠단다. 그리고는 시계 빙고 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한다. 투빙고를 한 사람에게는 비타민 하나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두 개를 주겠다고 하니, 1학기까지만 해도 그게 맞겠다는 녀석들에게 불만이 보였다. 어떤 녀석은 빙고를 일부러 안 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경쟁에서 이긴 아이들의 성취감과 그것에 미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위로와 응원의 균형을 맞추자는 제안에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이던 아이들이 이제는 생각을 바꾼 모양이다. 그럼에도 잘한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는 게 좋단다.


글쓰기든 어떤 배움이든 성장의 이면에는 긍정과 부정의 변화들이 있다. 이 지점에서 어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에 따라 아이들은 한 번 더 도약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로 나뉘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교육이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오늘은 아이들의 말에서 이런 지점을 언뜻 느끼며 보내었다. 어느덧 8월의 마지막 날이고 9월의 새날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더욱 더 어수선 해지고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나라의 지도자, 기관의 지도자, 고장의 지도자가 얼마나가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는 시절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성장과 변화의 갈림길은 아이들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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