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처음처럼!

(2023.9.1)

by 박진환

9월의 첫 날이다. 개인적인 일로 아침부터 꿀꿀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자기 루틴을 이어갔다. 오늘 아침엔 00네에서 레몬차를 맛나게 먹을 수 있도록 보내왔다. 실제 레몬 조각 6개를 넣고 끓여 애들에게 대접했다. 그 와중에 책 읽고 하루 한 문장 쓰고. 여전히 단문으로 끝내는 아이가 있다. 두 문장으로 늘여 보려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이 시 따라 쓰기를 했다. 오늘의 제목은 '우리 딸' 엄마가 자기를 부를 때,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우리 딸, 우리 딸"하는 게 좋다는 2학년 아이가 쓴 시. 아이들도 자기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는 아이들이 있었다.


"우리 집에서는 저를 아기야 하고 불러요."

"우리 집에서는 저를 00공주야 하고 불러요."

"우리 집에서는 저를 귀염둥이라고 불러요."

"우리 집에서는 저를 강아지라고 불러요."

"우리 집에서는 저를 야! 라고 불러요."


저마다 집에서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른 아이들. 학교에서 내가 녀석들을 부르는 이름도 몇몇 아이는 다르다. '수도꼭지, 아기, 이쁜이, 멍멍이, 잔소리 대왕' 그러고 보니 나도 있다. '도사, 잘생긴 선생님'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 이름을 부른다. "진환샘~" 하고 어린 1학년 아이들이 부르는 내 이름이 나는 좋고 정답다. 에고 그러고 보니 오늘 옛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다. **이가 해달라 그렇게 말했는데, 갑작스러운 수업변경 전달소식을 받고는...그만 깜빡했다.


오늘은 미처 챙기지 못한 '학교폭력예방교육'이 있는 날이라서 급하게 과학실로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여야 했다. 돌아오니 중간놀이 시간. 이어지는 시간은 통합교과 가을의 '옛날 사람들의 사는 모습'. 김홍도의 '씨름' 그림을 바탕으로 본을 떠서 오려 도화지에 다시 배치해 붙이는 수업. 옛날 사람들은 서로 어떻게 일 하고 놀며 지냈는지 편하게 보고 말해 보았다. 다들 지금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 농사를 짓고 씨름을 하고 그네를 타고 마당에 있는 닭을 노리던 고양이를 내치는 모습까지 사람 사는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과서에 있는 활동을 따라 해보았다. 본을 떠서 오리고 붙이는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아주 즐겁게 참여하였다. 제법 손 놀림이 좋아진 아이들이 보이고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한 아이도 보인다. 이렇게 9월을 시작했다.


내일은 서울서 돌아가신 서이초 선생님의 49제를 하는 날이다. 그를 추모하는 자리에 나도 함께 하려 한다. 이전에는 집회조차 가지 않던 선생님들, 교육과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던 분들도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자신의 생존권 문제라 여기는 것 같다. 그만큼 교사들이 교육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하다. 작가 김훈은 이번 사건을 '내 새끼 지상주의'가 만든 결과라 부르기도 했다. 지난 주 교사학부모 연수 자리에 초대된 강사도 이 용어를 사용했다. 비단 자녀양육방식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확대가 결국은 이기적인 개인을 만들어 냈고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을 더욱 강화시키고 직업의 귀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점차 우리나라도 사회적 계급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옛날 자본주의의 절정을 맛 보았던 영국이 고물가로 중산층에서는 4명 중 1명, 저소득층에서도 3명 중 1명이 한끼를 거르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단다. 우리나라도 성장을 멈추고 있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더욱더 각자도생식 이기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생존권을 넘어서는 담론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번 싸움이 결국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 점심시간 우리 아이들은 마냥 해맑게 웃으며 놀고 있다. 이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지키기 위해 교육구성원들의 현명한 지혜와 협력, 응원과 위로가 절실해지는 때이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9월 1일. 모쪼록 세상 모두가 내일 49제를 통해 다시 리셋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시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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