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4.)
드디어 그날이 왔다. 지난 토요일 30만 교사가 모인 서울 집회에 다녀와 이런 저런 단상으로 일요일을 보냈다. 오늘 난 집회에 가지는 않기로 했지만, 집회에 가신 선생님들 수업을 지원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만, 결국엔 닥칠 일이 지금 온 것 뿐이다. 10년 전부터 학교는 각종 악성 혹은 습관적 민원, 일부 보호자들의 지난치 교육과정 개입, 교육주체로 참여가 아니라 관여를 하는 모습들이 당연시 돼 오고 있었다. 그런 문화에 익숙해진 교육구성원들은 그걸 당연시(?) 여겼고 그저 당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 참고 또 참아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묵숨을 끊는 교사들까지 생길 줄은....설마.... 지난 토요일 서울 국회의사당 네 거리와 여의도 공원을 뒤엎은 교사들의 고통과 슬픔은 너무도 깊고 깊었다.
2023년 7월 18일. 고 서이초 교사가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는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다시 꿈꾸었던 오늘 월요일. 출근 길에 00 어머님의 문자가 날아왔다. 교실에 와서 뒤 늦게 읽은 내용은 너무도 고맙고 뭉클했다.
밝게 인사하기엔 안좋은 소식이 또 있네요. 연일 들려오는 안좋은 소식에 제 마음이 이런데 선생님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요.ㅠㅠ
아직 어린 00이에게 설명하기엔 어려워 아침먹으며 쌤 너무 고마우니 오늘 꼭 안아 드리고 "고맙습니다"라고 말해보는건 어떠냐고 하니 부끄럽다네요.^^;;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해보겠다고 하는데 안 할 수도 있을것 같아 저라도 감사한 마음 전달해 드리고 싶어 문자 드려요.
표현은 안했겠지만 00이도 즐겁게 놀아주고 재미있는거 많이 알려주는 선생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학부모인 저도 매일 올려주시는 글 읽으며 '참 고마운 선생님이다. 1학년 담임을 박진환선생님이 맡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생각하고 있고요.
감사하고 존경한다고 꼭 말씀 드리싶었습니다.
정말이지 교육은 이런 존중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마음을 알아주시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신 한 보호자님 덕분에 우울하고 쳐진 하루를 그나마 힘을 내어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루 한 문장을 써 내게 하던 중 **이가 붙임 쪽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써내어 주어 놀라웠다.
어제 엄마 아빠가 새 차를 샀다. 좋았다. 하지만 서이초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49일째다. 너무 슬프고 속상하다. (9/4 &&&)
부모님들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겠지만, 이 아이의 응원도 고마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하루에 계신 선생님도 고마워 하실 거라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린이 시 따라쓰기>로 시작을 했다. 오늘 제목은 <이제부터 컵라면만 끓어주세요>였다. 유치원 아이가 말한 것을 교사가 옮겨 써 시가 된 어린이시. 일반 냄비에 끓이니까 엄마가 더 먹어서 자기 몫이 별로 없다고 앞으로는 컵라면에 끓여 먹겠다는 시. 아이들도 웃으면서 즐겁게 필사도 하고 함께 읊었다. 다음으로는 '발'에 얽힌 이야기를 글로 쓰는 시간. 겪은 일을 다양하게 이야기 하고 '발'에 얽힌 자기 이야기를 하자는 시간. 아직은 단문 몇 개로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자세히 자기 삶을 글로 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중간놀이 시간 이후로는 100까지의 수를 배우는 시간. 수를 세고 읽는 법을 말하고 쓰고 익히고 난 뒤에는 놀이수학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조작할 수 있는 수모형 세트를 나눠 주고 10개씩 한 묶음을 어떻게 셀 수 있고 읽을 수 있는 지를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리고 난 뒤 수학나라 공책에 있는 가위 바위 보로 수세기 놀이하며 아이들과 즐겼다. 아이들이 한 편이 되고 교사인 나와 가위바위대결을 하는 놀이. 가위로 하면 10, 바위로 이기면 20, 바위로 이기면 30을 동그라미 치며 세는 놀이. 그래서 대 여섯번 놀이 이후에 누가 이겼는지 수도 세고 숫자도 쓰면서 확인하는 놀이. 아이들은 시작하기 전부터 나를 이기겠다고 흥분을 금치 못했다. 적절히 조정해 가며 승부를 무승부로 끝낸 나는 수를 세는 법을 다시 익히게 하고 확인했다. 그리고 끝으로 백희나 그림책 <달 샤베트>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교사들, 가르칠 용기를 잃어버렸다는 교사들에게 정부는 징계를 꺼내들었다. 해임과 파면을 들먹이면서. 이게 우리나라 정부의 수준이다. 마치 인민 재판하듯 사형을 남발하는 공산주의 사회를 보는 듯하다. 이런 자세로 교사들과 무슨 대화를 할 것이며 어떻게 이 나라의 교육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일까? 단 하루도 용납하지 못하는 비타협적인 자세로서는 교사들의 분노만 일으킬 뿐이다. 나 또한 오늘 합류를 하지 못했지만, 교사들의 징계가 이뤄진다면 다음에는 나 또한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민주시민으로서 건강한 상식이 통용되고 교사와 학생, 보호자가 서로 존중하며 사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그제야 교육이 가능한 학교가 가능하고 교사도 가르칠 용기가 다시 생기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참 슬픈 날이다. 더 이상 슬픈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