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여름의 마지막 물놀이

(2023.9.6.)

by 박진환

방학 전 미뤘던 생태물놀이활동을 오늘에야 할 수 있었다. 지난 주에 하려고 했었는데, 가을장마라는 이름을 붙인 비가 내려 결국 못했다. 오늘 주요 활동은 나뭇잎으로 배 만들기, 나뭇잎과 줄기로 물레방아 만들기, 댐 만들어 보고 허물기였다. 간간히 수생식물도 관찰하며 보낼 계획이었다. 장소는 학교 앞 아랭이골. 지난주 비도 왔고 정비도 된 상태라 아이들이 놀기에 딱이었다. 아랭이골에서는 돌봄시간에 이미 아이들이 자주 놀았던 장소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물놀이는 아이들에게 그 이름 자체로 설렘과 기대를 품게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개울가에서 물놀이라.


대도시에서 자란 나는 내 어릴적 개울가 물놀이가 없었다. 야구부 형이 사는 이웃 때문에 일찍부터 비싼 야구글러브와 배트를 빌려 야구를 할 수 있었고 예비군 사격장에서 놀기도 하고 사격장 언덕에서 미끄러지며 놀던 기억이 전부다. 그렇다고 부티타게 살지도 못했다. 철강공장 인근에서 살다보니 노는 곳은 골목도 있었지만, 차도 옆 먼지 풀풀 날리는 공간에서 이런 저런 놀이, 학교에서 뛰어 노는 게 전부였고 학원은 다니지 않았으니 학교 공부가 초등때는 전부였다. 그런 내게 개울가에서 아이들과 노는 건 오히려 내게도 설렘이고 기대가 칸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하루. 교실에서 오늘 일정 안내와 취지, 대나무잎으로 배 만들기에 대한 설명과 안내를 끝으로 생태지원단 보호자 두 분이 미리 가 있는 학교 인근 아랭이골로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아이들은 아랭이골에 도착하자 마치 오아시스를 발견이라도 한 듯 그 어떤 지시에도 따르지 않고 마구 물 속으로 들어갔다. 조금 진정을 시킨 후에야 인근 풀잎으로 배를 만들어 놀면서 개울놀이를 즐겼다. 경주도 시키고 좀 더 만들며 배 띄우기에 재미를 붙인 다음에는 개울 물속 생물을 찾아 잡아보고 관찰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리 같은 물고기는 도구를 가져갔지만, 아이들 손으로나 몸짓으로는 잡을 수조차 없어 우렁이나 다슬기를 잡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몇몇 아이들이 나도 모르는 민물 곤충을 잡아 이름을 이야기 하고 심각하게 관찰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두꺼비인지, 다른 독성 개구리인지가 구분이 잘 안 가는 걸 잡아 또 한 번 심각하게 관찰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종아리까지만 담그며 활동을 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불가능 했고 물과 몸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마지막 활동계획이었던 댐 쌓기 놀이를 하는 곳으로 움직였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물을 가로막기 위해서 돌을 하나둘씩 쌓아나가자 서로 나서서 큰 돌을 옮기고 나중에는 작은 돌로 틈새를 막아가며 진지하게 댐을 쌓기 시작했다. 돌댐이 어느 정도 구색이 갖춰지게 됐을 때, 나는 낮게 물이 떨어지는 쪽으로 안내해서 아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맑은 하늘 아래 푸른 개울물이 아이들의 밝은 웃음, 그리고 몸짓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날마다 찍은 오늘의 단체 사진으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가려 하자 여기저기서 10분을 외친다. 10분이라는 개념도 없는 녀석들이 10분을 외쳐서 웃겼다.


그렇게 또 10분(?)을 더 놀다 아이들을 설득하고 교실로 들어와서 옷을 갈아 입게 하고 오늘 생태놀이를 한 경험과 소감을 나누었다. 아무래도 경험을 하고 나니 아이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시작부터 각 활동까지 부분 부분 나눠 질문을 하니 쏟아지는 말들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오늘의 하루 한 문장 쓰기로 안내했다. 아이들 스스로 종이가 작다고 할 정도로 평소보다 글 쓰는 양이 두 배가 늘었다.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내용도 정선이 돼 있었다.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점심시간을 맛나게 보내고 마지막 시간을 맞았다.


오늘 일정이 생각보다 일찍 정리가 돼서 미처 하지 못한 이전 백희나 그림책 작품을 읽고 하지 못한 책만들기를 해 보았다. 오늘은 W 팝업으로 그림책 <이상한 엄마> 표지를 연출해 보게 했다. 거의 다 내가 오려 놓고 접는 것은 아이들에게 시켰다. 서툴렀지만 W 팝업의 원리도 알아가면서 이상한 엄마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구름도 붙여 가며 작품을 하나씩 완성시켰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되면 교사의 말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게 되고 아이들마다 어떤 지점에서 힘들어하고 오류를 자주 범하는지를 또 발견하게 된다. 그런 점들이 하나씩 고쳐지는 연말에는 좀 더 성장한 모습의 아이들을 보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아이들만큼이나 나도 즐겁게 보냈던 하루였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개울놀이였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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