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8)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1학기 때 언뜻 제안을 가볍게 했었는데, 그걸 잊지 않으시고 한 보호자가 수업 참관 신청을 했다. 당시 조건이 있었다. 하루 종일 있어야 한다는 것. 수업만 보지 마시고 수업 앞 뒤를 모두 보시길 바란다는 것. 이번에 신청한 보호자는 그렇게 해도 되겠냐며 신청을 하셨고 점심식사까지 따로 준비해 오셨다. 학교 공사 중이라 제공해 드릴 수 없는 게 송구스러울 정도로 아침 일찍부터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 이후까지 나랑 함깨 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과정은 책 읽기, 그리고 하루에 한 문장 쓰기.
지켜보는 눈이 하나 더 있어서 그랬을까? 오늘 아침 분위기는 아주 아주 조금 달라보였다. 물론 3-4교시에 들어서면서 평소와 같아지기 시작했지만, 사뭇 달랐다. 그래서 속으로는 앞으로 보호자분들이 적극 교실 방문을 해주십사 해야 하나 싶었다. 오늘은 **의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나는 학교에서 <밤마다 환상축제>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학교 책에서 <환상축제>라는 책이 가장 좋다. 왜냐면 상상력이 생겨서 너무 좋기 때문이다. (9/8, 박**)
오늘도 국어수업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침 책읽기, 한문장 쓰기, 어린이 시 따라 쓰기, 백희나 그림책 <구름빵>, 그리고 다시 맨처음 글쓰기까지. 두 시간에 걸쳐 이어지는 이 활동이었지만, 아이들은 매우 집중하면서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에 잘 참여해 주었다. 백희나의 고전 <구름빵>은 익히 아이들이 만난 책이지만, 표지부터 앞뒤 속지, 속표지에서 뒤표지까지 꼼꼼히 살펴 보았다.
"속지에 처음에는 구름이 잔뜩 있었는데, 끝에는 맑아졌네. 백희나 작가님이 왜 이랬을까?"
"응...처음에는 아침 밥도 못 먹고 나가는 아빠 때문에 구름빵 갖다 주느라고 기분이 우울했는데, 나중에는 구름빵도 갖다주고 해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래요."
"야~ 00이가 너무 잘 표현해 주었네."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어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며 그림을 보게 하자 20여분이 훌쩍 지나갔다. 그렇게 그림책을 만나게 하니 아이들이 또 하나 볼 수 없냐고 난리다. 그러고는 싶었지만, 시간이... 나는 급히 오늘 마무리 지었어야 했던 <맨 처음 글쓰기> 이름씨 '눈'과 관련된 겪은 일 쓰기로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처음으로 오늘 이 글쓰기는 과제로 나눠주었다. 아이들이 월요일 어떻게 글을 써 올지 궁금하다.
중간놀이 시간에 이어진 시간에는 통합교과 '가을'의 주제 '이웃'으로 수업을 했다. 옛날의 이웃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장날' 풍경을 밑그림 삼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책 <장날>을 쫙 펼치자 아이들은 '와' 하며 신기해 한다. 교과서 원작이 긴 그림 중 하나라는 걸 몰랐던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감탄이었다. 한동안 쭉 두루 살펴보게 한 뒤로 각자 인상 깊었던 장면을 떠올려 말해 보게 했다.
그리고는 우리네 오늘 이웃들은 어떤 상황인지, 자신들은 이웃을 누구를 통해 만났고 그들은 누구인지를 이야기 해보게 했다. 교과서에는 엄지를 스탬프에 찍어 얼굴표정과 모습을 그리고 불리는 이름을 쓰게 했는데, 그걸 이용해서 수업을 이어갔다. 그리고는 통합교과 크로키 북에 오려 붙였다. 조금 더디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참관하던 보호자의 도움으로 정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수업도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싸오신 보호자 분과 오늘 수업에 대한 소감을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궁금했던 아이들 글쓰기 수업과 지도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를 상세히 알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아이들 모습 면면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쌓인 신뢰로 좀 더 깊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누군가가 내 수업을 보는 것이 불편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바뀌고 바뀌어 지금은 온종일 수업을 개방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럽다. 이런 나를 불편해 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부모의 악성, 습관성, 무책임한 민원으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하루종일 수업공개라. 언제쯤 서로 신뢰와 최소한의 예의를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학교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