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0.)
출근하자마자 바빴다. 오늘은 온양에 있는 체육관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즐겁게 놀고 오는 날. 지루하게 늦춰져만 가는 학교 공사와 리모델링으로 아이들은 운동장 뿐만 아니라, 다목적실도 사용하지 못해 제대로 운동다운 운동을 학교에서 하지를 못했다. 몇 달 이후면 다목적실이 새롭게 만들어질 거라는 말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11월에나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내가 잡는 날은 올해 왜 이렇게도 비가 내린단 말인가. 더구나 오늘은 너무도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찾은 체육관. 아이들은 들어서자마자 난리도 아니었다. 간식과 물을 담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넓디 넓은 체육관을 휘젓고 뛰어다녔다. 조금 있으면 놀이를 해야 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10분동안 뛰어다녔다.
겨우 붙잡아 놓고 체조를 하고는 오늘의 첫 번째 놀이인 2인 3각을 했다. 아이들이 협력해 반환점을 돌아오는 경험을 해 보게 싶어 시작한 놀이에 꽤 무난히도 잘 수행해 주었다. 영차영차 가운데 모은 발을 박자에 맞춰 가다가도 맘이 급해 엉키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시작하기 전에 팀 이름도 정했는데, 초록팀은 샤인머스켓, 빨강팀은 자두로 정했다. 승부에 집착하는 것 같으면서도 과정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다음으로 이어진 훌라후프 이어가기. 한 줄로 10명씩 늘어선 아이들이 마주보며 훌라후프를 손을 잡고 몸으로 빠져 나와 뒤로 넘겼다가 다시 앞으로 오는 놀이에 아이들은 악착같이 몸을 뒤틀며 참여를 했다. 승부는 다시 원점. 중간놀이 시간으로 15분간 물과 간식을 먹으면서 쉬었다. 다시 이어진 놀이는 딱지 뒤집기. 커다란 딱지를 5명씩 1분씩 나눠 자기 편 색깔로 뒤집기도 하고 10명 전부가 나와 뒤집기도 하고 아이들은 도대체 지치질 않았다.
그 아이들 데리고 이어달리기를 한 번 하고나자 힘들다는 아이들이 나왔다.그래서 또 10여분을 쉬고 다시 한 번만 더 뛰고 가려는데, 세상에... 10분 쉬는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가 또 뛰는 게 아닌가. 그동안 체육관에 더 데려오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로 또 뛰고 또 뛰고... 도대체 저 체력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래도 학교로 돌아와서는 쉬는 시간 안 주냐고 난리. 에고 에고...
다녀와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오늘 하루 한 문장을 체육관에 다녀 온 걸 쓰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를 묻고 물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 전에는 반드시 밑작업을 해야 한다. 뇌가 충분히 워밍업을 해야 글도 써지기 때문이다. 다들 오늘 이야기를 한 뒤에야 비로소 글을 쓰게 했다. 그래봐야 붙임쪽지 한 장에서 두 장이다. 그런데 오늘은 세 장, 네 장을 원하는 아이들이 있다. 한 녀석은 무려 다섯 장이나 썼다. 이기고 졌다는 내용이 수두룩 해서 아쉬웠지만, 그게 어딘가. 하하하.
오늘은 공주로 출장이라 비오는 날 짐을 챙겨 나오느라 바쁘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오늘이 아이들과 헤어지기전 즉, D-100 이라는 것. 아침에 아이들에게 오늘이 우리가 만난지 203일째 되는 날이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는 숫자를 거꾸로 세어야 된다고 했다. 수학시간에 거꾸로 세기를 배우고 익혔지만, 실제 우리에게도 일어나게 됐다고 했다. 그랬다. 우리는 헤어질 날을 세어야 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헤어질 날을 셀 거예요. 수학시간 거꾸로 세는 걸 배웠는데, 그걸 여기에 옮겨서 할 거예요."
"그게 뭔데요? D-100?"
"이제 우리가 헤어지게 되는 날이 100일 남았다는 뜻."
"선생님이 2학년 또 해주면 안 돼요?"
"아마 힘들 거야."
갑자기 아이들이 순간 멈춘듯, 얼어버린듯 조용해지면서 멍해지는 얼굴들. 나도 뜻밖이었다. 이런 정도일 줄. 어색함을 빨리 풀어내려 체육관 갈 준비로 화제로 돌리기는 했지만, 아이들 머릿속에는 남아 있었는 모양이다. 오늘 한 보호자 분이 날려준 문자를 보니 괜히 코가 씨큰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00이 집에오자마자 슬프다네요..
곧 박쌤과 해어진다고.. 이제 거꾸로 샌디고..
오늘 간식도 본인 생각에는 제일 맛있는걸 선생님께 드렸대요.
선생님께서 고생하셔서 많이 힘드실까 봐
제일 맛있는걸로 골라서 드렸다고 하네요^^
오늘부터 숫자는 거꾸로 세지만, 사랑만큼은 거꾸로 가지 않게 알뜰살뜰 챙기며 가려 한다.
남은 100일을 위해. 아이들과 아름다운 헤어짐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