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1.)
하나 둘씩 교실 북스타트에 적응하는 아이들이다. 읽고 쓴 걸 내게 확인 받고 고치고 다듬는다. 다음으로는 하루 한 문장쓰기. 이제는 한 문장이라기에는 많은 문장을 쓴다. 물론 아직 몇몇 아이들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조금씩 때로는 훨씬 나아졌다. 오늘은 00가 만날 마침표를 찍지 않은채 '하루 한 문장'을 써와 오히려 제안을 했다. 오늘은 너가 마침표를 찍지 않아 또 선생님에게 잔소리를 들은 이 상황을 글로 쓰는 게 어떻겠냐고. 그래서 말로 내가 대강의 흐름을 읊어주었다. 00는 알겠다고 쓰겠다고 한다. 그래서 써 온 글. 하하하. 이곳에도 마침표 하나가 빠져 있어 함께 웃었다. 근데, 자기가 자기보고 글을 잘 쓴단다. 2학기 들어서 글을 쓸 때 글씨도 조금 왔다갔다 했는데, 지금은 훨씬 좋아진 것 맞다. 그래서 몇 번 칭찬을 해주었더니 자기가 잘 쓰는 걸로 확신을 가진 듯하다.
마침표 | 거산초 1학년 000
나는 요즘에 글을 잘 쓴다.
그런데 점 안 찍기 선수다.
맨~~날 점을 안 찍는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잔소리를 자주 듣는다.
다음의 루틴은 이제 아이들이 알아서 한다. '어린이 시 따라쓰기'. 어느덧 이 녀석들도 다음 차례를 몸에 익혔다. 덕분에 무료하게 비는 시간이 없다. 차이가 나면 다른 시간에 메꾸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맨 처음 글쓰기>를 내일로 넘기고 교육과정에 있는 '흉내내는 말' 익히기를 했다. 교과서에 있는 흉내내는 말로 이래저래 즐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몸 동작으로 흉내내는 걸 각자가 맞혀 보는 활동도 했다. 먼저 내가 했는데, 아이들이 잘 맞혔다. 나중에는 자기들도 해보겠다고 난리다. 그래서 시켰더니 역시나 장난치듯 하는 모습들.
그래도 그런대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건 알 수 있었다. 몇몇 아이가 흉태내는 말과 일반적인 부사를 헷갈려 해서 구분지어 주는데도 신경을 써야 했다. 나중에는 예전 1학년들에게 했던 것처럼 오늘 하루종일 선생님에게 말할 때는 흉내내는 말을 넣어서 말을 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다들 재밌겠다고 해 놓고선 다 까먹었다. 몇몇 아이들이 환기를 시키긴 했지만, 예전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즐기지는 못했다. 역시 아이들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다음으로는 전민걸의 그림책 <바삭 바삭 갈매기>로 흉내내는 말이 책에서도 어떻게 표현되나를 학습해 보았다. 빅북으로 만난 <바삭 바삭 갈매기>에서는 과자의 짭쪼름하고 바삭한 맛에 중독이 돼 사람이 사는 곳까지 따라 갔다가 다시 자신들의 무리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다. 갈매기의 표정과 바스락 거리는 과자의 그림을 실감나고 재밌게 그린 그림에 아이들은 몰입해 들어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흉내내는 말을 함께 따라 읽기를 시키면서 그림책을 즐기게 했다.
남은 시간은 수학. 오늘 수학은 그동안 읽고 세는 법을 쓰는 과정을 다시 보충하게 했고 수세기 놀이판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재밌다고 난리다. 주사위 놀이판은 언제나 해도 즐겁지 않은가. 순간순간 숫자 읽기, 세기를 다시 확인해 보게 하고 공책에 큰 글씨로 정리도 해 보게 했다. 이제 수학 두 단원을 마무리 지었다. 다음주에는 묶어세기를 좀 더 연습시키고 수세기 운동회로 마무리를 하려 한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점심을 먹으려던 차에 아들녀석에게 네 통의 문자가 날아온 표시가 휴대폰에 보였다. 이렇게 뜬금없이 연락을 할 때는 분명 뭔가 일이 있을 때다. 돈이 필요할 때가 가장 많은데...또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군악대에 합격했다고 전방으로 가려던 길이 바뀌었다며 격하게 기뻐하는 문자였다. 그것도 서울 관악구 수방사란다. 덩달아 기뻤다. 경력 단절이 생길 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기뻤다. 아이들은 내가 기뻐하는 줄도 모르고 밥을 먹으면서 재잘 거리며 떠든다.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오늘은 더욱 예뻐보였던 하루의 마무리였다.